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본 노무라와 스위스 크레딧스위스(CS)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월스트리트를 조용히 움직이던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수십억달러 손실에 이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도 직면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무디스와 피치는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노무라가 수익은 높지만 위험 역시 높은 거래에 치우쳐 있다면서 신용전망을 강등했다.
신용전망이 낮아지면 이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라와 CS는 다른 월가 은행들처럼 뉴욕에 근거지를 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빌 황이 스와프 계약을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주식에 베팅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금을 댔다.
그러나 황의 베팅은 지난주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은행들이 블록트레이드를 통해 관련 주식을 대거 매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FT에 따르면 노무라 내부 조사에서 노무라는 아케고스가 마진콜에 몰려 주식 급매에 나서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아케고스의 주식 스와프 매입 비용지원을 500% 넘게 늘렸다.
노무라는 아케고스의 프라임 브로커 가운데 하나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들에 현금과 주식을 빌려주고, 헤지펀드들의 거래도 대신 맡아 해준다.
무디스는 노무라가 위험한 투자에 기울어 있는 점을 전망 하향 이유로 지목했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인 노무라가 위험을 충분히 상쇄하는 조처도 없이 고객들의 위험에 대규모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노무라가 "대규모의 복잡한 거래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노무라가 높은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국제 사업에서 순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피치는 노무라가 위험 선호 성향과, 아케고스 충격파에 따른 '명성·수익 추가 하락' 가능성으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적 관찰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3월 30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가장 먼저 CS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특히 CS는 3월초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금융사 그린실 파산으로 30억달러 손실을 낸데 이어 이번에 아케고스 사태로 10억달러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노무라는 20억달러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아케고스 충격파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틀 연속 미국 주식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이후 잠잠해진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