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수에즈 운하 마비로 홍역을 치른 이집트 정부가 본격적인 사고 조사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약 6일 동안 운하가 막히면서 발생한 손실액이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가 넘는다고 추정했다.
이집트수에즈운하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집트TV 방송과 인터뷰에서 ‘에버기븐’호 좌초 사태로 인한 피해액을 산출할 예정이며 일단 1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길이 400m, 폭 59m의 22만t급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는 지난달 23일 수에즈 운하 남단에서 좌초되어 운하를 약 6일 가까이 막았으며 같은달 29일에야 겨우 빠져나왔다. 사건 수습 직전까지 운하 양쪽에서 약 369척의 배가 운하 통행을 기다렸으며 SCA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하루 81척의 배가 양방향으로 운하를 통과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은 일단 운하 중앙에 위치한 그레이터비터 호수에 정박중이다. SCA는 전문가들을 에버기븐호에 태워 사고 당시 선원과 선장의 조치를 검토했으며 잠수사를 파견해 선체 아래쪽을 조사했다. 유럽 선박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선박관리(BSM)는 모래바람 등 강풍으로 인해 에버기븐의 항로가 틀어졌다고 추정했으나 SCA는 기계적 결함이나 선장의 잘못된 지시 등을 의심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일단 선박을 소유한 일본 쇼에이 기센에 피해 배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에버기븐호가 등록된 국가는 파나마다. 해당 선박을 관리하는 기업은 독일 선박관리기업 베른하르트 슐테이며 대만의 에버그린해운이 에버기븐호를 전세내서 운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쇼에이 기센에 제기된 배상 청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SCA와 더불어 화물 정체로 피해를 입은 다른 관계자들이 소송전을 벌일 경우 쇼에이 기센이 내야할 돈은 10억달러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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