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가 주는 신선한 재료와 친절한 레시피… hy '잇츠온'
칼 한번 안들고 완성한 비프찹스테이크
딸에게 염치불고 한입만 계속 부르게 되고,
사골부대찌개·백순대볶음·대파고추장불고기
유명 맛집 안부러운 한끼… 안주로도 손색없어
감바스에 파스타, 궁중떡볶이에는 당면
궁합 좋은 면사리 추가해 더 푸짐하게
칼 한번 안들고 완성한 비프찹스테이크
딸에게 염치불고 한입만 계속 부르게 되고,
사골부대찌개·백순대볶음·대파고추장불고기
유명 맛집 안부러운 한끼… 안주로도 손색없어
감바스에 파스타, 궁중떡볶이에는 당면
궁합 좋은 면사리 추가해 더 푸짐하게
야쿠르트, 커피 같은 음료 이외에 눈에 띄는 것이 hy(한국야쿠르트)가 만든 '잇츠온(EATS ON)' 브랜드의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이었다. 냉동이나 레토르트가 아닌, 냉장식품이다.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유통기한을 최소화하고, 지정된 배송시간에 맞춰 프레시 매니저가 문 앞까지 직접 배송해준다는 설명이다.
"언제 큰딸이 해주는 밥 한 그릇 먹어볼 수 있는 거냐."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에 가까운 아내에게 장모님이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물론 10년이 넘도록 기대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각종 밀키트와 가정간편식에 눈을 뜬 아내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장보기도, 조리과정도 걱정이 전혀 없다. 한 차례 실습을 해본 다음 부모님을 초대하기로 했다. 실험대상은 물론 '나'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프레시 매니저에게 메뉴를 추천받았다. 먼저 제일 잘 나간다는 '쟌슨빌 사골부대찌개'를 비롯해 '비프찹스테이크' '감바스 알아히요'를 골랐다. 집에서는 먹기 힘든 '양갈비스테이크' '곱도리탕' '신림동 백순대볶음'에 마음이 확 끌렸지만 아내의 매서운 눈초리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소불고기궁중떡볶이' '대파고추장불고기' '고추잡채&꽃빵'을 담았다. "기껏 고른 게 전부 술안주"라는 아내의 지적을 이번에는 용감하게 무시했다.
■잘 팔리는 이유가 있다
주말 아침 아내의 손길이 분주하다. 딸을 위한 찹스테이크로 시작한다. 먼저 차려줘야 집 안이 조용하다. 포장을 뜯으니 핵심 재료인 소고기부터 쥬키니호박, 방울토마토, 버섯, 양파에 편마늘, 로즈마리까지 알차게 들었다. 그 와중에 피망은 요리의 색감을 고려해 청피망과 홍피망이 골고루 담겨 있다.
칼은 꺼낼 필요조차 없다. 먹기 좋은 크기로, 방금 자른 듯 신선한 상태로 준비돼 있다. "이건 요리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아내는 "손맛이 중요하다. 어차피 다 내 손길이 닿게 돼있다"며 자부심 '뿜뿜'이다.
친절하게 설명된 레시피의 힘을 빌려 20분이 채 되기 전에 먹음직스러운 찹스테이크가 완성됐다.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 입만' 얻어먹었다. 기대 이상으로 맛이 훌륭하다. 아침부터 맥주 한 잔 생각이 난다. 한 입, 두 입 훔쳐 먹다 보니 딸아이가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바닥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골부대찌개의 햄과 소시지, 라면사리를 덜어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사골부대찌개는 잘 팔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여느 부대찌개 전문점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맛이다. 사골육수라 그런지 그냥 집에서 끓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포장에는 3~4인용이라고 쓰여 있지만 2인용이 어울린다는 개인적인 판단이다. 소시지와 함께 햄은 두 가지, 그리고 양파, 대파, 치즈 한 장이 들었다. 콩나물이 듬뿍 들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아삭한 식감이 살고, 국물도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두부파'인 아내는 두부의 부재를 한탄한다. 소시지를 자르는 것 말고는 역시나 칼은 쓸모가 없다. "처음부터 물을 더 넉넉히 붓고 김치를 썰어 넣었더라면" "라면사리를 하나 추가해도 좋았을텐데"라며 연신 아쉬움을 표시하자 아내는 "그래봐야 살만 찐다"고 핀잔을 준다.
고추장불고기는 '양념이 다했다'는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마성의 맛'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파가 잔뜩 들었는데 불만이 1도 있을 리가 없다. 아참, 직화 조미유는 빼지 말고 반드시 넣어야 한다. 맛을 살려주는 힘이다. 인터넷 후기에서 "양이 많아 두 집이 나눠 먹었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우리 집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듯하다. 양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맛있어서 굳이 나눔을 실천하기가 싫다는 의미다. 마땅한 반찬이 없거나 입맛 없을 때를 대비해서 냉장고에 하나쯤은 늘 쟁여두고 싶은 고추장불고기다.
■전문음식점 뺨치는 맛
오랜 만에 저녁은 홈술이다. 아내는 레드와인, 나는 소주를 골랐다. 아내가 "30분만 기다리라"며 큰소리를 친다. 속으로 "어림도 없다"고 했는데 정말 40분이 지나지 않아 제법 근사한 두 가지 요리가 식탁 위로 올라왔다. 과연 '밀키트의 마법'이다.
'와인 안주'로 준비한 감바스는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펜네 파스타가 적잖이 들어 있어서다. 레시피에는 감바스를 먼저 먹은 후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라고 돼 있지만 '귀차니즘'의 아내에겐 어림도 없다. 한꺼번에 몽땅 넣어서 먹기로 한다.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 새우 손질도, 파스타를 삶는 것도 당연히 내 몫이다. 엄청난 양(8개)의 베트남고추에 흠칫 놀랐지만 "먹는 거 아니니 겁내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위안을 받는다.
오일 파스타를 선호하지 않는 터지만 와인과의 궁합은 나쁘지 않다. "감바스(?)의 느끼함을 와인으로 씻어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아내의 평가다. "고추장 두어 숟가락 넣어서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궁중떡볶이는 단짠의 정석이다. 술 안주가 아닌, 밥 반찬으로 준비했더라면 '밥도둑'이 될 뻔했다. 2인분이라지만 양이 아쉬울 것 같아 당면을 꺼냈다. "일을 크게 만든다"는 아내의 타박을 한 귀로 흘리고 냄비에 물을 올린다. 레시피에는 '기호에 따라 베트남고추를 부숴 넣으라'고 적혀 있다. 맵찔이(나)는 지레 겁을 먹었다. 다행히 아내는 통째로 넣고 휘리릭~ 볶는다.
익숙하고,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미국산 목살은 부드럽고, 밀떡은 쫄깃하다. 고추장불고기와 마찬가지로 소스가 예술이다. 딸아이가 '전에는 본 적이 없는' 엄마의 요리 솜씨에 깜놀했다.
결과적으로는 당면은 신의 한 수였다. 당면이 빠졌더라면 '조금 짜다'고 투덜거렸을 거다. '궁중떡볶이를 먹은 후 밥을 볶아 먹으라'는 hy 측의 빅픽처였는 지도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소스는 3분의 2 정도로 충분하다는 점을 기억하라.
마지막으로 남은 고추잡채는 끝내 개봉하지 못했다. "신선간편식이라 냉장고에 오래 두면 안된다. 먹어치워야 한다"고 주장을 펼쳤으나 "이제 그만"이라는 아내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다. 지금은 소재 파악도 불가능한 상태다.
딸과 남편의 계속되는 칭찬(?)에 아내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이미 다음 주말을 'D-DAY'로 정하고, 이미 부모님께 카카오톡으로 초대장을 보냈다. 아내가 정성껏 고른 메뉴는 사골부대찌개와 고추장불고기, 고추잡채다. 다만, "맛있다고 더 달라 하면 안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계절이 바뀌면 콩국수와 냉채족발 등 잇츠온의 여름철 한정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PS. 며칠 후 고추잡채의 행방을 찾았다. 아내가 처가로 가져가 장모님, 처제와 해치운 것으로 밝혀졌다. 돼지고기, 피망, 표고버섯, 양파, 청양고추가 고추기름 등과 잘 어우러져 맛나게 먹었단다. 아내는 "지금껏 먹어본 밀키트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맛"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도 고추잡채 많이 좋아하는데….'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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