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플라즈마 기체를 물에 쏴도 물방울이 튀지 않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2 10:18

수정 2021.04.02 10:18

KAIST, 플라즈마 제트 기초 기술 개발
물과 기체의 경제면의 안정성 향상돼
향후 의료, 생명, 농업, 식품, 화학 등
플라즈마 기술 개발에 큰 기여 기대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 KAIST 제공
기체 제트의 이온화를 통한 액체 표면의 안정화를 모사한 삽화.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플라즈마를 이용한 기체 분사로 물에 압력을 줘도 물 경계면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기체를 물표면에 분사했을 경우엔 일정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물방물이 튀면서 경계면이 불안정해진다.

연구진은 자연에 존재하는 약하게 이온화된 기체와 액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플라즈마 제트를 활용하는 기초과학·응용 분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최원호 교수팀이플라즈마가 기체와 액체 사이 경계면의 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를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컵에 담긴 주스의 표면 위에 빨대를 두고 숨을 약하게 불면 주스 표면이 보조개 형태로 오목하게 들어가는데, 이때 빨대를 더 강하게 불면 주스에 거품이 일고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현상도 공기와 주스 사이 경계면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연구진이 이번 실험에 활용한 플라즈마 제트에서는 '플라즈마 총알'로 불리는 고속의 이온화 파동과 전기바람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이들의 특성을 이용해 물 표면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었다.

기체 제트 내에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면 생성되는 1초당 수십 미터 속력의 전기바람으로 인해 물 표면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해서 물 표면이 더 깊이 파이게 되고, 이에 따라 물 표면이 불안정해져야 하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연구진은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플라즈마 생성 유무에 따른 물 표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험. KAIST 제공
플라즈마 생성 유무에 따른 물 표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실험. KAIST 제공
연구진은 플라즈마-물 이론 모델을 정립해, 물의 표면을 따라 1초당 수십 킬로미터 속력으로 이동하는 플라즈마 총알이 물 표면에 나란한 방향으로 일으키는 강한 전기장으로 인해 물 표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진이 활용한 플라즈마 제트는 최근 여러 학제간 연구 분야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원호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플라즈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이고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플라즈마 유체 제어 분야를 확대할 것"이라며, "플라즈마 의료, 생명, 농업, 식품, 화학 등 여러 분야의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박상후 박사(KAIST 물리학과 박사졸업)가 제1 저자로, 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4월 1일 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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