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팩토리의 이동익 공동대표 "보험 프로세스 바꾸고 싶었다"
보험분석앱 '시그널플래너' 입소문 속 성장세
보험분석앱 '시그널플래너' 입소문 속 성장세
[파이낸셜뉴스] 언택트 시대,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보험 소비가 확대되면서 보험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보험 산업 진단과 과제-소비자 중심 경영’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금융과 보험에 대한 중요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만족도는 타 산업 대비 낮게 나타났다.
보험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기존 보험사의 정보 제공 방식, 계약 과정, 보상 서비스의 절차상 불편함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한 해 보험 소비자들의 민원이 전년 대비 7.3% 급증했다는 최근 뉴스들도 이를 반증한다. ‘디지털 혁신’과 더불어 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도 다름 아닌 ‘고객과의 신뢰 회복’이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 스타트업 해빗팩토리의 보험분석앱 '시그널플래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평점 4.8점(4월 1일 기준)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기록중이라 눈길을 끈다. 굿리치(4.2점), 보맵(3.6점) 등 다른 보험 앱보다 높다.
‘시그널 가계부’ 앱으로 개인의 소비 패턴과 금융 자산 관리를 분석하던 해빗팩토리는 2017년 시그널플래너를 출시했고, 현재까지 40만명의 5백만 건에 달하는 보험 계약을 분석했다.
■고도화된 보험 데이터 분석 기술로 표준화된 자체 DB 구축
해빗팩토리의 이동익 공동대표는 시그널플래너를 출시한 이유로 “보험을 잘 아는 보험사가 보험을 너무 모르는 고객에게 상품을 파는 시장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판단했다”며 “보험을 어렵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험의 프로세스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이 서비스 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실 보험 상품은 표준화하기가 까다로운 금융 상품이다. 보험 상품마다 보험사별로 각기 다른 담보명을 사용하고 보장 내용에도 차이가 있으며, 같은 상품이라도 언제 가입했는지에 따라 보험 약관이 개정되고 보장하는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시그널플래너는 보험의 보장 항목을 고객이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보험 상품 분석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왔다. 보험사마다 이름과 보장 범위가 다른 110만개의 담보를 8개의 대분류와 60개의 소분류로 분석한 ‘데이터 딕셔너리’를 구축했다.
이는 개별 보험상품의 정보를 정확하게 분류, 분석해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보장성인지 저축성인지, 보장항목별 보장 금액과 보장 기간은 어떤지, 계약 일자에 따른 약관 구분은 어떤지 비교해야 오류 없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그널플래너는 지금까지 5000만건 이상의 담보 분석을 통해 표준화된 자체 DB를 구축했으며 고객들의 보험을 ‘부족, 양호, 충분’으로 분류해 가이드해주고 있다.
■정규직 보험 설계사의 가입 권유 없는 전문적인 상담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보험을 제대로 분석해도 수수료 기반으로 보험이 판매되는 기존 프로세스가 바뀌지 않으면 보험 산업의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동익 공동대표가 지난해 해빗팩토리가 100% 지분을 소유한 법인보험대리점(GA) 시그널파이낸셜랩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경력있는 보험설계사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보험상품 판매 수당 대신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설계사들은 실적 압박에서 해방돼, 보험사의 수수료와 영업 이익에 상관없이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최적의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시그널플래너의 설계사들은 고객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다. 상담중인 고객의 보험이 잘 가입되어 있으면 ‘잘 가입되어 있으니 그대로 유지하세요’라고 말하고, 보장이 부족하거나 조정이 필요한 경우 고객이 원하면 상담을 진행한다.
보험의 보장항목과 보장기간이 같을 경우, 동일한 납입 기간 동안 보험료가 가장 저렴한 보험료의 상품을 찾아내 고객들에게 추천해준다. 이런 이유로 시그널플래너 이용 고객들의 보험유지율은 타사 대비 월등히 높다.
보통 보험업계의 가입 후 1년 동안 평균 보험유지율은 83%로, 보험에 가입한 뒤 1년 안에 해지하는 사람이 100명 가운데 17명 정도 된다. 시그널플래너처럼 정규직으로 보험설계사를 채용하는 토스인슈어런스의 경우도 보험유지율이 92%로 높은 편인데, 시그널플래너는 해지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동익 공동대표는 “보험사들이 느끼는 첫번째 문제는 보험을 판매할 고객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성별’이 적힌 고객 정보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확보하려고 애쓴다. 두번째는 보험설계사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보니 보험설계사 늘리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설계사를 데려오는 경쟁이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은 배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고객이 배제된 채 손해보고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라고 판단해 보험이 판매되는 전 과정을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시그널플래너의 상담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그널플래너 측은 "보험 상담 후 만족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낸 덕분"이라고 했다.
■편리한 비대면 카톡 상담 프로세스
“보험 비교에서 제가 부족한 게 뭔지 한눈에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좋은 건 상담 서비스입니다. 제가 원하는 걸 말씀드리면 객관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서 상담해주세요. 그리고 전화는 시간이 안맞으면 못받기도 하는데 문자로 대화하니 한눈에 보여 좋고 무엇보다 부담 없어서 좋아요.” 시그널플래너로 상담 받은 고객이 지난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린 리뷰다.
시그널플래너를 이용하면 보험 권유에 시달릴 일이 없다. ‘내 보험 분석 보기’와 ‘내 보험 점검받기’를 통해 상세 리포트를 보고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카톡으로 일대일 상담이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상담이 가능하고(주말에도 가능),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이루어지 때문에 시그널플래너의 보험 점검 신청은 매월 4000건 이상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병원이나 약국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즉시 의료비 청구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그널플래너 속 의료비 가계부와 의료비 청구 서비스도 인기가 좋다.
보험 상담 종료 후에도 앱을 삭제하지 않고 의료비 가계부를 쓰는 고객들의 월간 재이용률도 79%를 넘었다. 보험 조회와 분석, 상담과 가입, 보험금 청구까지 보험에 관련된 모든 기능을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MZ세대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