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성희롱·성폭력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증거 부족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대학교의 징계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달 25일 서울대학교 대학생인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A씨에게 정학 9개월 징계를 내렸던 서울대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같은 서울대생인 B씨에게 지난 2018년 6월 성폭행·성희롱을 당했다며 대학 인권센터에 신고 당했다. 인권센터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인권센터 규정인 '성희롱' 내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정학 12개월 징계를 내려 달라고 서울대 총장에게 요청했다.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A씨에 대한 징계권을 위임받은 사법대학장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정학 9개월 처분을 의결해 A씨에게 통지했다.
이듬해 4월 A씨는 총장에게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B씨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접촉행위를 한 사실이 없어 성희롱·성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가 당시 모텔에 들어갈 때 스스로 몸을 가누고 있었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점 등을 보아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A씨가 B씨의 동의 없이 성적 자율권을 침해했다며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맞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춰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징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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