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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기금·보험사...금융사들 속속 비트코인 투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2 12:17

수정 2021.04.12 12:17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투자자 요구 증가
기존 포트폴리오로 수익 달성 어려워
대규모 자금 국부펀드 가세 가능
[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형 투자은행을 비롯, 보험사, 대형 연기금들이 속속 가상자산 투자에 가세하고 있다.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지면서 금융회사 고객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현금성 자산이나 채권등 포트폴리오에 한계를 느낀 연기금·보험 등 기관투자자들도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美 전통은행들도 속속 가상자산 합류

모건스탠리에 이어 골드만삭스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1, 2위인 BNY멜론과 스테이트스트리드도 가상자산 투자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모건스탠리에 이어 골드만삭스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1, 2위인 BNY멜론과 스테이트스트리드도 가상자산 투자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이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2·4분기 중 고액 개인자산가를 위해 가상자산 투자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디지털자산부의 메이 리치(Mary Rich) 총괄은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상품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에 앞서 모건스탠리는 미국 대형은행 중 최초로 비트코인 펀드를 운용한다고 발표했다. 4조달러(약 4500조원)를 운용하는 모건스탠리는 4월 중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3가지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3조1000억달러(약 35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 은행도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이 은행은 최근 스타트업 퓨어디지털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퓨어디지털은 스테이트스트리트의 거래플랫폼을 기반으로 기관용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스테이트스트리트도 이 플랫폼을 활용해 기관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BNY멜론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블랙록, 선물투자로 수익 얻어

블랙록은 지난 1월 비트코인 선물투자를 단행해 수익을 얻었다.
블랙록은 지난 1월 비트코인 선물투자를 단행해 수익을 얻었다.

대형 투자은행에 이어 거대 자산운용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이미 지난 1월부터 비트코인 선물상품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블랙록은 615만달러(약 7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선물계약 37건을 통해 36만458달러(약 4억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블랙록이 2020년 4·4분기 기준 총 8조6700억달러(약 98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데 비해 비트코인 투자는 극히 적은 규모였기 때문에 시범적인 성격이 짙었다. 이에 향후 투자 확대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블랙록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월 "비트코인에 대한 분명한 수요가 있다"며 "비트코인의 수요는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페이팔, 스퀘어 등 미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정식으로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는 제도권 대형 투자은행들과 자산운용사들이 마침내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달러 가치 하락 우려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뉴시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것은 달러 가치 하락 우려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비트코인 투자열풍의 최대 요인을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국내총생산(GDP)의 9.1% 수준에 달하는 1조9000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연기금·보험 이어 국부펀드 가세 가능성

일부 연기금과 보험사가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대형 자산을 보유한 국부펀드들도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진=뉴스1
일부 연기금과 보험사가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대형 자산을 보유한 국부펀드들도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진=뉴스1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 규모로 뉴질랜드펀드가 운용하는 퇴직연금기금 키위세이버(KiwiSaver)는 자산의 5%를 비트코인에 할당했다. 이에 앞서 비트코인 시세가 1만달러(약 1100만원) 선이던 지난 해 10월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에 투자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6배에 달하는 수익을 달성했다.

뉴질랜드펀드의 제임스 그리거(James Grigor)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연기금과 보험사에게 매력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7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매사추세츠 기반 보험사 매스뮤추얼(MassMutual)도 최근 일반투자계좌에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이 회사는 이미 가상자산운용사인 NYDIG를 통해 1억달러(약 11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데 이어 500만달러(약 56억원) 규모의 NYDIG 지분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각국 국부펀드들도 비트코인 투자 대열에 가세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자산이 1조달러(약 1100조원)가 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노르웨이정부연기금(Government Pension Fund of Norway)은 비트코인에 대거 투자한 미국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했다.
3060억달러(약 350조원)를 운용하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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