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지난해 10월 4일 경남 김해시내 한 집에서 손가락을 다친 A씨(27)가 컴퓨터 앞에 앉아 불편함을 참으며 억지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계정의 등급을 높여주기로 했지만 역시 잘 풀리지 않았고, 그런 A씨에게 함께 살고 있는 B씨(27)가 대뜸 종이컵을 건넸다.
종이컵에는 B씨의 소변과 정액이 담겨 있었고, 이를 강제로 마시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게임 자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란다로 끌고가 양쪽 무릎에 휴지를 덮어 놓고 둔기로 A씨의 양쪽 무릎을 50회 가량 때렸다.
온갖 수모와 폭행을 당하고 뜬 눈으로 새벽을 버틴 A씨는 오전 4시쯤 B씨가 잠든 사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B씨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한 지난해 1월초쯤부터 악몽 같았던 10개월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지난해 1월초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대학 같은 과 동기인 B씨의 제안으로 함께 살게 됐다.
한 달여 같이 지냈을 무렵 B씨는 A씨에게 “퇴직금을 받으면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자 둔기를 가져와 허벅지를 4차례 때렸다. B씨는 결국 2월 4일 A씨로부터 퇴직금의 일부인 72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챙겼다.
3월쯤에는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다가 국물을 튀게 했다며 집에 돌아와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A씨는 도망쳐 한 PC방에 숨었지만, 신용카드 승인내역을 확인해 찾아온 B씨에게 다시 잡혀갔다.
B씨는 “도망가거나 신고하면 가족들을 모두 죽여버린다”며 A씨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협박하며 신용·체크카드 등을 뺏었다.
이뿐만 아니라 폭행은 평소에도 자행됐다. 게임 자세가 불량하다, 청소상태가 불량하다는 등 B씨가 정해놓은 생활 규칙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손을 묶은 채 머리박기를 시키거나, 손과 발로 피해자의 몸을 때리고 라이터와 담뱃불로 A씨의 목뒤·옆, 안쪽 팔뚝, 다리 오금 부분을 지지는 등 가혹행위를 하며 자신이 하는 말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5월쯤부터는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소위 ‘RPG(Role Playing Game)’를 시켰다. 매일 6시간에서 11시간을 컴퓨터에 앞에 앉아 있어야 했다.
심지어 9월쯤부터는 둔기로 피해자의 양쪽 무릎을 수시로 3대에서 100대 가량 반복적으로 때렸다.
폭행과 협박에 겁먹어 반항조차 할 수 없던 A씨는 9차례에 걸쳐 총 650여만원을 B씨에게 빼앗겼다. 또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B씨는 결국 특수강도, 특수중감금치상 등 혐의로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에 넘겨져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가 부당한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알아채고 점진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한 후 권력관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가 A씨에게 가한 폭력은 단순 구타에서 시작해 점점 가학적으로 변했을 뿐 아니라 급기야 자신의 소변과 정액을 먹게 하는 비인간적인 가혹행위까지 범했는 바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하다”고 꾸짖었다.
또 “A씨는 수사기관에서 감금당한 시간들을 ‘지옥’으로, B씨를 ‘악마’라고 표현할 정도였다”면서 “앞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정신까지 처참하게 파괴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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