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자동차 사고 피해자인 A씨는 피해차량인 아우디 A6의 수리를 맡기고 5일 동안 렌터카 B사에서 BMW 520d를 대차했다. B사는 피해차량의 소유자로부터 대차료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한 뒤 가해차량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동종차량'의 대차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금액은 동종차량 1일 대차료인 42만 5000원에서 통상 할인된 요금율인 70%를 곱한 5일간 대차료 148만 7500원이었다. 보험사는 보험약관에 따라 피해차량과 '동급차량'인 쏘나타의 1일 대차료인 14만 5000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이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고가 차량의 교통사고 후 지원되는 렌트비(대차료)를 '동종 차량'에 대해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보험사들이 비상에 걸렸다.
특히 이같은 판결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6년 4월부터 변경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른 '동급 차량' 대차 기준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고가의 차량이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동종 차량에 대한 렌트비를 지원하던 표준약관(대물사고 피해자)을 변경해 유사한 배기량과 연식을 갖춘 동급 차량의 최저 렌트비를 주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해차량이 아우디 A6라면 비슷한 수입차가 아닌 동급 차량인 쏘나타를 대차해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산지법 민사5-2부는 보험사인 피고가 렌터카 회사에게 '동종 차량'인 고가의 자동차 대차료 148만75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로 피해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 인한 대차료의 손해는 피해차량과 완전히 동일한 차량을 대차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피해차량과 완전히 동일한 차량을 대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피해 차량과 가장 유사한 차량인 동종 · 동급 차량의 대차료를 기준으로 동일한 차량의 대차료를 추인하는 것은 손해의 완전배상 원칙에 부합하는 손해산정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수입차량의 수리비가 동급의 국산차에 비해 높기 때문에 사고 시 국산차량 운행자의 손해분담액이 늘어나고 전체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동종이 아닌 동급차량의 대차료를 기준으로 대차료 상당의 손해를 산정하는 것은 손해의 완전배상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은 전국민의 차보험료의 부담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취지였는데 이번 판결로 과거로 회귀돼 결국 지급보험금이 대폭 증가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향후 법적인 부분을 통해 사법부에서도 약관개정의 취지가 이해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인해 수입차 수리비 합리화 등으로 자동차 보험료 손해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향후 수입차 피해자들은 동종 차량을 렌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보험사 입장에서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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