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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황제조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7 20:33

수정 2021.04.07 20:33

정부과천청사내 공수처. /사진=뉴시스
정부과천청사내 공수처. /사진=뉴시스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 옆에 환구단(원구단)이 있다. 1897년 고종이 조선 역사상 첫 황제에 등극하기 위해 천단을 쌓고 하늘에 제사를 올린 곳이다. 국호를 대한제국, 연호를 광무라고 칭했다. 그러나 고종은 중국의 황제, 일본의 천황과 동격의 자리에 등극한 지 13년 만에 나라를 잃고 마지막 황제가 되고 말았다.

황제를 붙인 작명이 유행이다.
황제는 특혜와 동의어다. 지난해 서울 공군부대에 근무하던 모그룹 경영진 아들은 군 복무를 하면서 1인 생활관을 사용하고 무단외출을 했다. 상사인 부사관들은 해당 병사의 빨래나 음료수 심부름까지 해온 것으로 일부 확인돼 '황제복무'라는 공분을 샀다.

'황제노역'으로 유명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2010년 벌금 254억원 등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납부하지 않아 노역일당이 5억원으로 책정됐다. 일반인 평균 노역의 1만배에 달했다. 수감 기간 하루 평균 서너 차례 면회를 하는 '황제복역'으로 도마에 오른 기업인도 있다.

지난 2016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찍힌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황제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우 전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팔짱을 끼고 밖을 내다보는 모습이 담겼다. 바로 옆에 검사 2명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사진을 본 국민들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금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소환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량을 제공해 에스코트하고, CCTV조차 없는 회의실에서 조서도 남기지 않고 조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통상 특혜조사라고 하면 서면, 출장, 방문조사를 뜻했다.
일반인은 꿈도 꾸기 어렵다. 이 지검장 조사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황제조사'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팡파르를 울리며 출범한 공수처가 첫 출발부터 중립성,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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