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띤 4·7 재보궐 선거가 야권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여야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서울과 부산 시장을 모두 야권에 내준 더불어민주당은 적잖은 내상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번 선거 참여를 결정하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았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이던 지난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낼지 여부를 전당원 투표에 부쳐 민주당 귀책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낼 수 없도록 한 당헌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른바 LH사태로 불리는 부동산 악재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이 전 대표는 최근 한자리 수까지 내려간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를 잃게 됐다.
반면 민주당 선두주자로 나선 이재명 지사는 득과 실을 모두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민주당의 패배로 인해 진영 자체로는 불리해졌지만,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비문이자 1위 주자인 이 지사 측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 주자의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다는 분석이 많지만 정세균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총리를 지내는 동안 발발한 코로나19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는데다, 1년여의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점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반면 정 총리가 같은 호남지역 출신인 이 전 대표를 대신해 이 지사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정치 현안에 대해 순발력을 발휘하지 않았을 뿐 경력이나 정치력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 인물인 만큼 계기만 주어진다면 지지율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다른 3주자 후보군의 부상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현재 지지율이 낮은 데다 대선까지 1년도 안 남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 모두 압승을 거뒀지만 마땅한 당내 대권 주자가 없다는 점이 숙제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지지율로만 보자면 존재감이 크지 않다.
반면 제3지대 주자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힘을 합함으로써 충분히 큰 선거를 이길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얻은 만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화학적 결합 움직임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을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3지대 유력주자였던 박찬종, 이인제, 고건, 안철수, 반기문 등 인사들이 완주를 하지 못하거나, 당선에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이 정당이라는 보호막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국민의힘과의 협력 여부와 무관하게 높게 나오고 있고, 지지세의 동력이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이었던 만큼 보수당과 바로 손을 잡기보다는 한동안은 추이를 관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지 않고 당내 후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선을 할 것을 권유할 경우 입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에게 밀려 완주하지 못했지만 재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연이어 출마한 상황에서 곧바로 2022년 대선에 뛰어들기 위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도 나온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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