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미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8 18:00

수정 2021.04.08 18:26

[특별기고]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미래
지난해 평범해 보이지만 아주 특별한 의자 하나가 국내에 출시됐다. 이탈리아 가구회사 카르텔(Kartell)이 선보인 'AI'라는 이름의 이 의자는, 유명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과 오토데스크사의 인공지능이 협업해 디자인한 의자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의자 디자인이 유럽지식재산청(EUIPO)에 디자인으로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약 이 디자인이 유럽이 아닌 우리나라, 미국, 일본에 똑같이 출원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창작자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거절됐을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 제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과 일본 등에서 디자인을 등록받으려면 특허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창작한 사람의 이름을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창작자의 이름이 등록을 위한 필수요건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인공지능 창작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디자인 분야에 활용하면 제품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분량의 시장조사와 디자인 시안 작성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미국 패션 큐레이션 기업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패션디자인 알고리즘을 개발, 인공지능이 직접 의상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에 비해 디자인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품개발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풍부한 디자인 인력, 선진 정보통신기술(ICT) 및 탄탄한 제조 인프라가 인공지능과 만난다면 스티치픽스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패션기업의 탄생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부처가 공동주최한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에서 화제가 됐던 한 인공지능 전문기업의 사례는 디자인 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과의 협업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패션기업이 요청하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이 시장을 분석해 유망한 패션 디자인 시안들을 생성하고 이를 요청한 기업에 제공한다. 그러면 해당 기업은 추천받은 디자인 시안들 중에서 제작·판매할 디자인을 선택만 하면 되기에 경쟁력있는 디자인을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 창작물의 산업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창작과 관련된 법적 취급에 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인공지능이 창작을 하기까지의 학습과정에서 데이터 사용, 인공지능이 창작한 발명품을 어떤 방식과 요건으로 그 역할을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주요국이나 국제기구에서도 아직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특허청은 앞으로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식재산 법·제도를 혁신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창작과 관련해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의 권리 보호 필요성을 관계부처와 함께 모색하고, 국제적인 논의의 흐름에 맞춰 제도화 방향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김용래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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