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세 모녀 살인' 김태현 "필요하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09 14:35

수정 2021.04.09 14:35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요청에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제공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요청에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 노원구에서 일어난 '세 모녀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피해자(큰딸)를 살해하는 데 있어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집으로 향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피해자가 연락처를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혔다.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후 취재진을 대상으로 수사 경과를 설명하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게임을 하다 피해자를 처음 알게 됐고 이후 게임 내 채팅과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김씨가 피해자와 실제로 만남을 가진 건 지난 1월 초쯤으로 조사됐다. 이때 두 사람은 서울 강북구의 한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했다.
김씨는 식사 자리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이 있었다. 이후 피해자가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말라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음에도 지속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1월 말쯤 집 앞에 직접 찾아가기도 하는 등 스토킹을 한 거로 파악된다.

피해자를 살해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범행 일주일 전쯤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범행 도구를 준비한 점, 인터넷상에서 (범행 관련 정보를) 검색한 점,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게임 닉네임을 사용해 대화하면서 피해자의 근무 일정을 알아낸 점 등의 정황을 봤을 때 일주일 정도 전부터 범행을 최종 결심하고 준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범행을 실행한 것이다.

실제 김씨는 또 다른 피해자인 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할 의도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초 범행 목표로 삼은 큰딸이 늦게 퇴근한다는 걸 알면서도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훔쳐 집으로 들어갔고, 스스로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범행 후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 메신저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과 대화한 내용 등을 확인하고, 또 친구 목록에서 피해자와 공통으로 아는 사람의 이름을 삭제하거나 차단했다.
이후 김씨는 자해를 하고 쓰러졌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과 절도, 특수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침해 등 5개다.
경찰은 지속해서 피해자를 스토킹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스토킹 처벌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김씨에게 적용하진 못하게 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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