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미얀마 경제 자유낙하...공장 텅텅 비고, 은행 문 닫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1 05:40

수정 2021.04.11 09:09

[파이낸셜뉴스]
미국 워싱턴에서 10일(현지시간)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워싱턴에서 10일(현지시간)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얀마 경제가 군부 쿠데타 이후 수직 낙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얀마 각 은행들이 문을 닫고, 공무원들은 출근을 거부하고 있으며 공장은 텅텅 비고, 외국 기업들은 자국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있다. 인터넷도 불통이다.

미얀마 군부, 훈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고, 무자비한 시위진압에 나서면서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세계은행(WB) 등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두자리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들여 빈곤을 줄이고, 외국 기업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며, 관광객을 불러모아 이뤄냈던 경제적 성과가 단 두달 만에 물거품이 되고 있다.

미얀마는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미얀마인 약 600만명이 하루 3.20달러에도 못미치는 돈으로 생활한다. 3.20달러는 미얀마 같은 하위 중간소득 국가의 빈곤기준이 되는 하루 생활비다.

미얀마 아동 25%는 영양결핍으로 제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왜소하다.

원흉은 미얀마의 군사독재다. 미얀마 장군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재앙적인 정책들을 쏟아냈다.

미얀마가 서서히 민주화를 진행하면서 10년전 부터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국제 자본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빈곤율이 크게 개선됐다. WB에 따르면 2010년 42.2%에 이르던 빈곤율은 2017년 24.8%로 떨어졌다.

그러나 군사 쿠데타가 10년에 걸친 이같은 노력과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WB는 선거로 뽑힌 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 이후 하루 3.20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미얀마 빈곤율이 올해 30%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을 수정했다. 올 한 해에만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미얀마인들이 180만명에 이른다는 것을 뜻한다.

WB는 쿠데타 전만 해도 오는 9월까지 1년간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이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

다른 이들의 전망은 더 어둡다.

분석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올해 -20%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세수가 줄면서 정부 지출 역시 급감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파업과 시위 속에 미얀마 GDP 약 25%를 차지하는 의류산업은 붕괴 직전에 몰려 있다. 이탈리아 베네통 등 유명 의류업체들의 옷을 제작해 수출하지만 쿠데타 이후 이들 신규주문 수주가 중단됐다.

미얀마는 인터넷도 불통이다. 시위가 인터넷을 통해 조직된다고 판단한 훈타가 인터넷 규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밤에는 정전도 잇따르고 있고, 이동통신은 낮에 먹통이 된다.

지난 10년간 5배 폭증한 국제 관광객 유입도 지금은 사라졌다.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 복귀를 외치는 시민들의 시위는 훈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대규모 인명살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얀마 시민 600여명이 살해당했다. 이들 가운데는 집으로 날아들어온 총탄을 맞고 사망한 아이들도 있다.

시민들은 시위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공무원, 은행직원들은 출근하지 않는다. 훈타의 통치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미얀마 최대 민영은행인 KBZ는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500여개 지점 가운데 단 14곳만 문을 열었다.

미얀마 오리엔털은행의 한 직원은 "충분한 직원과 인적자원이 없으면 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월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 국영신문에 따르면 쿠데타 주역이자 미얀마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7일 시민불복종이 "국가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도 대응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지점 문을 열지 않는 은행에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지난달 KBZ는 직원들에게 "은행 문을 열지 않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당국이 개입해 은행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앙은행 역시 직원들이 체포되거나 출근을 거부해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여서 말 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미얀마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은행 직원 약 300명이 출근 거부로 징계를 받아 직무정지 상태가 됐고, 일부는 아예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고위관계자 역시 2월 이후 체포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공무원들은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로 팀을 짜 출근 거부 투쟁에 참가했다가 관사에서 쫓겨난 동료들에게 숙소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미얀마 외과의사로 저항운동을 이끄는 유명 지도자인 자우 와이 소에는 일부 후원자들이 후원금 마련을 위해 땅을 팔고, 해외 부유층들도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출근 거부 투쟁은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직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