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갈등을 멈추게 한 '성금요일 합의' 23주년을 맞아 시작된 대규모 폭력 시위가 1주일 넘게 멈추지 않고 있다.
북아일랜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아일랜드 공화국군(IRA)'과 영국간 대규모 분쟁 속에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던 갈등이 수십년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다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한때 유럽의 화약고 가운데 하나였다 안정을 찾았던 북아일랜드 상황이 최근 심상치 않다.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정치 지도자들에게 북아일랜드가 "분리주의자들 살해와 정치적 불협화음의 암흑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폭력 시위가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북아일랜드 주도인 벨파스트 북부의 친 영국 주민 거주지 타이거스 베이가 공격 받으면서 경찰관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불타는 차량이 경찰차를 덮쳤고, 길 한 가운데서 쓰레기 통이 불타는 등 주말에도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7일에는 벨파스트 서쪽의 통합론주의자 주민들과 분리주의자 주민들 거주지역을 가르는 이른바 '평화 담장'에 화염병들이 던져지는 등 주민들이 극한 대립을 보였다.
북아일랜드 부 행정수반인 마셸 오닐은 9일 밤 "이번 주말이 우려된다"면서 "우리 모두 매우 조심하고, 매우 사려깊이 행동해 (폭력시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닐 부수반은 9일 벨파스트로 날아가 북아일랜드 5개 정당 지도자들과 긴급 대화에 나섰다.
그는 "우리 모두 어깨를 맞대고 이같은 범죄행위를 배격하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면서 "지금 길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범죄자 집단에 우리 아이들이 휩쓸려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12세 아이들까지 폭력 시위에 참가한 것이 목격됐다.
북아일랜드에서는 30년에 걸친 갈등이 23년전 성금요일 합의로 일단락 됐지만 브렉시트를 계기로 갈등이 재점화했다.
지역 지도자들에 따르면 폭력시위 계기는 브렉시트 불만에 최근 새로운 불씨가 던져지며 촉발됐다.
2019년 브렉시트 합의가 주민들의 불만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이로 인해 북아일랜드의 개신교·영국연방지지(통합론주의자) 공동체 안에서 1월부터 긴장이 고조됐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에 사실상 국경이 만들어진데 따른 것이다.
지금처럼 영국과 통합해서 가야 한다는 통합론주의자 정당 모두 영국과 북아일랜드간 세관이 만들어지도록 한 브렉시트 합의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폭력 시위의 불을 당긴 것은 지난달 말 분리독립주의 정당인 신페인 소속 정치인들을 기소하기로 한 결정이었다.
지난해 6월 이들 정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칙을 어기고 IRA 전 지도자인 보비 스토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 때문에 기소되자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브렉시트 불만까지 겹쳐 폭발한 북아일랜드의 폭력 시위로 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더 뒤숭숭해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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