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39전40기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6개월여만에 통산 2승을 거둔 이소미(22·SBI저축은행)의 바램이다. 이소미는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 제주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롯데 렌터카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우뚝 섰다. 이소미는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상금 순위 5위 이내 입상으로 시즌을 마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목표를 긴급 수정해야 했다.
이소미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 회견에서 "생각보다 빨리 우승해서 매우 기쁘다. 개막전에서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기회가 온김에 노려보자 했는데 우승하게 돼서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가장 마지막날 기억에 남는 홀은 3번홀과 6번홀(이상 파4)이라고 했다. 3번과 6번홀에서는 각각 보기와 버디를 기록했다. 그는 "3번홀은 두 번째샷 미스로 보기를 할 만한 곳으로 공이 갔다. '파만 해도 잘 하는거다'고 생각했던 홀인데 아쉽게 보기를 했다. '괜찮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보기 이후 계속 차분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생각했다. 1오버로 끝나도 괜찮으니까 그냥 차분하게 해보자고 되뇌었는데 6번홀에서 좋은 버디 기회가 나오면서 연속 버디로 이어져 상승 흐름을 탔다. '큰 일 아니면 보기를 하지 말자'고 생각한 것이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우승 분수령이 된 순간을 말했다.
이소미는 이번 대회서 나흘간 한 번도 오버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은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그 원동력으로 쇼트 게임을 꼽았다. 이소미는 "쇼트게임이 좀 잘됐던 것 같다. 동계훈련 때 어프로치와 퍼트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부분이 개막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경기를 하면서 경쟁자의 스코어에 신경을 쓰지 않은 이른바 '무심 전략'도 우승에 보탬이 됐다. 이소미는 "(장)하나 언니가 몇 개를 치는지 정말 몰랐다. 오히려 모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한 홀 한 홀 기회가 오면 잡고, 오지 않으면 막자는 생각으로 했다. 15번홀 버디도 넣으려는 생각으로 넣은 건 아니다. 루틴만 지켜서 들어가면 좋고 안 들어가면 아쉬운 거다라는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생애 첫 우승을 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소미는 "(우승 이전과 비교했을 때)정말 생각이 달라졌다고 느낀 것은 마지막 홀이었다. 예전 같으면 긴장된 순간에서 챔피언조면 무조건 아이언으로 끊어갔을 것인데 유틸리티를 빼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연습이면 이 상황에서 유틸리티로 칠텐데 굳이 끊어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편하게 갈 수 있으니 유틸리티로 치자’고 결정했다. 정말 생각이 많이 달라졌구나라는 걸 느꼈다. 긴장된 순간에도 대범하고 과감해질 수 있게 됐다"고 첫 승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말했다.
시즌 상금왕과 아이언의 그린 적중률 1위를 꼭 해보고 싶다는 이소미는 해외 진출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그는 "실력이 된다면 LPGA투어 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올해 잘 하면 큐스쿨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했다. 자신의 주특기인 아이언샷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해외 진출까지 성공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더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이소미는 "멘탈, 생각 이런 것들이 사실 광범위해서 '정말 맞을까'라는 의문이 조금 있었는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이제는 확신하게 됐다"면서 "우승 순간을 가장 기뻐하셨을 한연희 감독을 만나 부족한 부분 보완을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보겠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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