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BTS 팬들 “인종차별은 절대 유머로 넘길 수 없어
지난 10일(현지시간) 방송된 칠레 코미디 TV쇼 ‘미 바리오’(Mi Barrio)에서 코미디언 5명이 방탄소년단 멤버로 분장해 등장했다. 방송은 진행자가 이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진행자가 부탁한 자기소개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각각 ‘김정우노’, ‘김정도스’, ‘김정뜨레스’, ‘김정꾸아뜨로’ 등으로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에 스페인어 1~4를 붙인 말장난이다.
이어 진행자가 진짜 이름을 묻자 이들은 “V”(뷔), “정국”, “제이홉”, “진”이라고 말하며 BTS를 패러디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북한과 한국을 구분하지 못한 무지에 따른 결과다.
이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행자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자 이들 중 한 명이 중국어 발음을 흉내내 말하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뜻을 물어보자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 백신 맞았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아인을 싸잡아 감염의 주동자로 모는 듯 모욕한 것이다.
결국 해당 방송국은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여기 담긴 인식 수준은 사과하지 않은 것만 못한 정도였다.
방송국은 “유머는 팬데믹으로 인해 겪고 있는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며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거나 상처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개선하며 배우고 경청하겠다”고 사과인 듯 꾸몄으나, 인종차별을 인정하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의도’와 실제 ‘벌어진 일’을 구별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도 BTS는 인종차별에 시달린 바 있다. 미국 한 카드 제작사가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주요 출연진을 일러스트로 카드에 담으면서 BTS만 상처 입은 두더지 게임 속 두더지로 그리는가 하면, 한 독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BTS가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커버한 것을 비난하며 “BTS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다”는 취지의 망발을 내뱉기도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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