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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격한 화웨이 "글로벌 반도체 대란은 전적으로 미국 탓"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3 17:51

수정 2021.04.13 18:25

최근 2년간 3차례 제재로 피해
"반도체 산업 신뢰·시스템 파괴
기업들 비상용 재고 비축 나서
당장 써야 할 물량은 못 구해"
'백악관 반도체 회의' 맹비난
에릭 쉬 화웨이 회장/뉴스1
에릭 쉬 화웨이 회장/뉴스1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의 경제 제재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미국 때문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 산업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 중단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용 재고 비축까지 늘고 있다고 화웨이는 주장했다. 재고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용 반도체 물량까지 줄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쉬즈쥔 화웨이 회장은 전날 열린 '제18차 세계 애널리스트 대회' 개막식에서 "화웨이 등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글로벌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 문제로 발전하고 있으며 세계적 경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글로벌 전자 및 자동차 업체 19곳과 함께 반도체 공급 대책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이다.


■반도체 가격 35~65% 급등할 것

쉬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미국이 화웨이에 3차례 제재를 가하면서 화웨이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산업 체인의 신뢰 시스템 파괴됐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각 국가는 지역별 자급자족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중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유럽, 일본 등이 모두 반도체 투자를 늘려가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17개국이 공동 성명을 통해 '반도체 독립'에 막대한 돈을 투자키로 결정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쉬 회장은 이처럼 지역별 반도체 자립을 위한 투자에도 당분간 반도체 가격은 35~65% 가량 급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이는 곧 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선 최소 1조달러(약 1127조원)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더 큰 위기를 피하기 위해선 글로벌 신뢰와 산업체인 협력을 회복하는 것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쉬 회장은 미국의 제재로 재고 문제도 불거졌다고 평가했다. 그 동안 세계 반도체 산업은 수년 동안 재고 제로(0)를 추구했지만 미국의 제재 공황 때문에 기업들이 재고 비축 전략을 사용하면서 공급 부족이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기업은 이미 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재고 전략을 사용이 확대되면 반도체 가격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5위 파운드리 SMIC 제재 '후폭풍'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를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초미세공정 개발을 막았다. SMIC는 화웨이의 반도체 주력 납품처다.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휘청거리면서 반도체 시장의 위기가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개시했다.

또 지난해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9년에 비해 22% 감소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최첨단 공정용 장비뿐만 아니라 액침불화아르곤 노광장비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력 장비까지 대중국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같은 중국 제재 기조를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화웨이는 단기간에 이런 제재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쉬 회장은 '생존'을 위해 올해 자율주행차 기술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화웨이의 기술로 인간의 개입 없이 시내 도로에서 1000㎞를 자율주행으로 갈 수 있다면서 "이는 테슬라보다 훨씬 나은 것"이라고 홍보했다.

다만 쉬 회장은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지는 않는 대신 베이징자동차, 충칭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3개 자동차 제작사와 협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들 회사의 서브 브랜드 차량에 화웨이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겠다는 의미다. 화웨이는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개발한 '아크폭스 알파S HBT를 내주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다.


쉬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공급 금지 조치로 인한 타격이 올해와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의 목표는 생존"이라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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