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징역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14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2)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했다"며 "김씨는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을 하던 중 보행신호에 따라 건너던 피해자를 쳤고, 이 사고로 만 28세의 피해자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은 헤아리기 어려우며,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김씨는 범행 당시 각막이식수술을 받은 오른쪽 눈에는 렌즈를 착용하지 못해 시야가 갑자기 뿌옇게 흐려졌고, 왼쪽 눈의 시력교정 렌즈가 순간적으로 돌아가 피해자를 못봤다고 주장하지만 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운전에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점, 피해자의 유족들은 김씨를 용서할 의지가 없으나 김씨가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양형기준 권고형이 4~8년 이하인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기일에서 김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선고가 끝난 후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검찰 구형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웠지만, 법원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해줘서 감사하다"며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추후 강력 처벌을 촉구할 것이며, 유족 측은 가해자와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혔다.
대만 유학생의 친구 박모씨도 "가해자가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말고를 떠나서, 제 친구가 정말 다시 돌아올 수 없어서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강모씨도 "처벌도 처벌이지만 음주운전 범죄의 형량이 세져,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6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인근에서 만취상태로 운전을 하다 20대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같은 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글이 올라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자신을 숨진 유학생의 친구라고 밝힌 청원인은 "28살의 젊고 유망한 청년이 횡단보도의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는 도중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했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짧게나마 한국에 오실 수 있었던 친구의 부모님께서 들으실 수 있었던 말은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벌이 오히려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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