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靑 경호처 과장 소환 조사
성장현 용산구청장 수사도 착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비롯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한 공직자 수사폭을 확대하고 있다. 공직자에 대한 수사 속도가 빨라진 배경에 정치권의 'LH 특검' 협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수사도 착수
14일 특수본을 이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경호처 과장 A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A씨가 LH 현직 직원인 친형으로부터 내부 정보를 제공받아 토지 매입에 이용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년 9월께 형 B씨의 배우자 등 가족과 공동으로 3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의 토지 1888㎡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A씨는 대기발령됐다.
경찰은 기초자치단체장의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와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성 구청장은 2015년 1월 한남뉴타운 4구역 조합 설립을 인가해주고 같은 해 7월 해당 구역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정현복 광양시장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전날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배경에는, LH 특검 출범이 지지부진한 사이 경찰이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특검 관련 협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검법이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준비 과정을 고려하면 6월은 돼야 특검이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LH 특검도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위인 '4급 이상 주요 공직자 또는 3000만원 이상 뇌물 수수 사건'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특수본이 지속적으로 신도시 투기 수사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경찰 한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한다고 해서 (특수본의 수사 상황을) 그대로 전부 넘겨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각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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