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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택배대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4 18:26

수정 2021.04.14 18:26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개별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4월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다. /사진=뉴스1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개별배송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를 이유로 4월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다. /사진=뉴스1
조선시대에도 새벽배송이 있었다면 믿을까. 한양(서울) 양반들이 해장을 위해 아침에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던 건 국이 식지 않게 전날 밤에 출발해 빠르게 한양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걸어서 배달했다. 한 드라마에는 국이 식지 않게 가마로 배달하는 장면이 나왔다. 오늘날 새벽배송·로켓배송의 원조 격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시장 규모는 폭풍 성장한다.
올해 2월 기준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규모는 13조76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2% 늘었다. 새벽배송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강자 마켓컬리가 원조다. 2015년 신선함이 생명인 식품을 새벽배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도착한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온라인 주문은 대세가 됐다. 마켓컬리는 올해 미국 뉴욕증시(NYSE)에 상장할 계획이다. 빠르고 촘촘한 한국 특유의 배달문화가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로켓배송이 강점인 쿠팡은 이미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확보한 자금만 최소 5조원 이상이다. 한국의 아마존이 목표다.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장 공략을 채비 중이다. 한국 유니콘기업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과 맞짱을 뜨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최근 서울 강동구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 진입을 거부하면서 택배대란이 일었다. 이유는 안전사고 우려와 보도가 망가질 수 있다는 거다. 화가 난 택배기사들이 택배상자 수천개를 돌탑 쌓듯 두고 가 주민들이 자기 물건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택배기사들은 단지 내 출입금지로 세대별로 물건을 나르다 보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중노동일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안 그래도 무리한 노동으로 인한 택배근로자 사망사고가 늘고 있다.
급기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14일 세대별 배송 중단을 선언했다. 다툼이 길어질수록 주민도 택배근로자도 모두 손해다.
지금 필요한 건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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