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숙명여고 내신시험을 본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 손가락 욕을 한 것과 관련해 이들의 변호인이 사과했다. 그러면서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은 기록을 보고 증거를 검토해보면 변호인으로서는 무죄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변호인 중 한 명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걸 유죄로 한다면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 두려움을 느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양 변호사는 먼저 쌍둥이 자매가 전날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란 취재진 질문에 중지 손가락을 세우는 손가락 욕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오늘 법정 출석 과정에서 해프닝이 있었던 모양이다. 변호인으로서 취재차 질문하신 기자분껜 죄송하다”며 “기자 개인에 대한 욕은 아니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변호인으로서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재판이 끝날 무렵 왜 그랬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되도록 제가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저를 아는 분들은 제가 함부로 무죄를 단언하지 않는다는 걸 알 거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무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경찰, 검찰, 법원 나름대로 열심히 검토하고 판단한 것을 알지만, 이 사건은 몇 가지 선입견, 심각한 오류 몇 가지, 사소한 오해 몇 가지가 결합되면서 결국 사실과 다른 억측과 추정으로 이어졌다. 경찰-검찰-1심-2심-3심, 또다시 1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 억측과 추정은 ‘사법적 사실’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재학 중이던 2017∼2018년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 두 딸보다 먼저 기소된 아버지 현씨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양 변호사는 “‘사법적 사실’은 역사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법적 사실’은 힘이 있다”며 “저는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거나 외면한다고 해도 '진실'이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늘 '진실'로 ‘사법적 사실’과 싸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도한대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믿음으로 진실이 스스로를 드러내길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만약 이들이 무죄라면 오늘 일어난 (손가락 욕) 사건은 아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공판기일에 진행하게 될 PPT를 보시면 오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이 어디였는지, 변호인이 무엇을 지적하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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