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똑같은 성공은 없어, 너만의 성공을 그려봐 [Weekend BOOK]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16 04:00

수정 2021.04.16 04:00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일꾼들의 '해피엔딩' 아닐까
만능일꾼 40인의 일하는 법 담은
'일꾼의 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분좋은 온도를 유지하는 노하우
장국영에 빠져 보낸 시간들
그 덕분에 지금 중국어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아무튼, 장국영' 저자는
나만의 아지트가 된 시간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꾼의 말/강지연 이지현/ 시공사
일꾼의 말/강지연 이지현/ 시공사
아무튼, 장국영/오유정/ 코난북스
아무튼, 장국영/오유정/ 코난북스
자기계발 열풍이 거세다. 그 선두주자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한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은 새벽 6시에 일어나 독서, 운동 등 자기계발을 하자는 움직임으로,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만 30만건이 넘는다. 새벽 6시에 일어나면 종일 피곤하지 않겠느냐고? '미라클 모닝'(한빛비즈 펴냄)의 저자 할 엘로드는 이를 부정한다. 육체적 피로는 정신적 피로 때문에 오기에 시간과 상관없이 긍정적인 자기암시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컨디션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성공이란 무엇인가. 새벽 6시부터 자기를 계발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대체 그게 뭐기에 해보다 먼저 눈을 뜨고 덜 깬 머리로 책을 읽는 걸까. 야망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걸지도 모르지만, '굳이' '기를 쓰고'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
일할 땐 허먼밀러에 앉고, 잠잘 땐 해스텐스에 누우면 뭐가 좀 다를까? 대표님 의자도 결국은 퍼시스던데.

성공이란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정도 아닐까 싶다. 작은 핀잔 하나로도 밤잠 못이루던 날들을 지나 그저 출근이 싫은 직장인이 됐지만, 그럼에도 내 일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딱 그 정도. 퇴근 후에 맥주나 한 캔 따고 주말에 한강변이나 달리는, 그러다 내킬 때 어쩌다 한 권 자기계발 책을 읽는, 그렇게 잘 쉬며 일이 반가워지는 순간을 만드는 딱 그만큼만 말이다.

자기계발 열풍을 타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장의 말'보다 두 명의 10년차 일꾼이 쓴 비즈니스 에세이 '일꾼의 말'(시공사 펴냄)에 마음이 가는 이유다. '일꾼의 말'은 강력한 '일사이트(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진 일꾼 40인의 일하는 법을 압축적으로 담은 책이다. 저자들부터가 범상치 않다. 기자로 시작해 콘텐츠 기획자, 사업개발 매니저, 스타트업 운영총괄까지 다양한 직군을 두루 거친 만능 일꾼들이다.

"일꾼들의 해피엔딩이 고연봉이나 승진이라는 단어로 정리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토닥거리면서 일하다가 퇴근길 맥주 한 캔 따는 그런 그림이길 원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기분 좋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역시 일꾼의 마음은 일꾼이 안다. 그리고 모든 일꾼의 마음속에는 아지트가 하나쯤 필요하다. 생각만 해도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난 느낌이 들게 하는 무언가가 말이다. '아무튼, 장국영'(코난북스 펴냄)의 저자에게는 장국영이 바로 그 무언가다.

저자는 영화 '천녀유혼'과 '영웅본색2'를 보고 장국영 팬이 되었다. 장국영이 내한했을 때 스케줄을 쫓아다니다가 통역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중국어를 연구하고 가르친다. 단지 장국영이 좋아 중국어를 공부하고 가상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지금은 수업 예문 곳곳에 장국영을 끼워넣는 평범한 일꾼이다. 남들은 생각도 못할 일상 곳곳에 장국영이 스며들어 있다. 이를테면 'Leslie'(장국영의 영어 이름)나 'aigege'(愛哥哥·장국영 사랑해를 뜻하는 한자 병음 표기) 같은 이메일 주소가 그렇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고백한다.
장국영은 "이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공고한 성곽"이자, "유난스럽지 않지만 늘 그렇게 그곳에 자리하는 나만의 아지트"라고. 이제 안다. 공공연히 자랑하지 않아도, 꺼내놓고 들여다보지 않아도, 어느새 나만의 아지트가 된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혹시나 자기계발 열풍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 중인 일꾼이라면, 하루쯤 스스로 자유시간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미라클 모닝'에선 한발짝 멀어질 수 있겠으나, '일꾼의 말'과 '아무튼, 장국영' 사이 어딘가에서 잊고 있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테다.
일이 반가워지는 순간은 그렇게 오기도 한다.

박소연 밀리의서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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