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유명 TV 프로그램의 남녀 진행자가 방송 도중 눈을 가로로 찢는 등 동양인 비하 행위를 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지상파 채널 카날5에서 지난 13일 방송된 시사 풍자 프로그램 ‘스트리시아 라 노티치아’에서 남녀 진행자인 게리 스코티(65)와 미셸 훈지커(44)는 동양인이 잘 하지 못하는 발음을 흉내 내면서 두 눈을 가로로 찢으며 웃었다.
스코티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라이(RAI)’의 중국 베이징 지국을 소개하던 중 양손으로 눈을 찢으며 ‘RAI’를 ‘LAI’로 연달아 발음하며 웃었다. 훈지커 또한 눈을 찢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냈다. 동양인이 알파벳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담긴 전형적인 비하 행위였다. 이 방송은 약 47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내부를 고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에 이 장면이 등장한 후 둘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이탈리아인으로서 부끄럽다’ ‘방송에서 정식 사과하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소셜미디어에도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는 해시태그가 널리 퍼지고 있다. 배우 겸 모델인 훈지커, 과거 하원의원을 지낸 스코티는 모두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적극 옹호해 왔던 터라 둘의 행태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훈지커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고의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매우 민감한 시점임을 알고 있다. 이를 고려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도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출연자가 흑인 아동을 향해 ‘검둥이(N****)’란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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