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가 지난달 시청 인근에 마련한 인천시청 신관이 행정청사로 시설이 부적합해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3월 8∼26일 송도국제도시 미추홀타워에 분산돼 있던 31개 행정부서 공무원 622명이 신관으로 이전·배치됐다.
시는 신관 전체 18개층 중 5∼7층, 9∼16층 등 총 11개층 1만2727㎡를 약 260억원에 매입했다. 나머지 층은 상가와 오피스텔로 일반 이용자들이 사용한다.
시는 오피스텔 용도로 건립된 신관의 벽을 제거하고 회의실을 만드는 등 행정청사로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그러나 신관에는 엘리베이터가 3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1대는 화물용이다. 엘리베이터는 17명이 탈 수 있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공간이 좁아 실제로는 10여명만이 탑승 가능하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 엘리베이터 3대가 모두 운행돼도 이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신관 입주 일반인 입주자들과 민원들의 불편을 하소연 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또 1개층에 3∼4개 부서가 배치됐으나 리모델링 과정에서 벽을 모두 제거해 부서간에 벽이 없다. 임시방편으로 책장 등으로 막아놓고 있으나 타 부서 직원들의 얘기 소리가 모두 들려 부서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층고가 낮아 말소리가 울리고 웅성거리는 잡음이 들려 시끄러울뿐 아니라 건물이 오피스텔로 지어졌기 때문에 일반 행정청사보다 복도도 좁다.
인천시에서 건물 전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층 건물 출입구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장비인 열감지기 등을 갖추지 못했다. 시가 사용하는 11개 층마다 별도의 시설을 설치해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
시가 신관으로 이전한 것은 구월동과 송도국제도시에 이분화됐던 청사 운영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민원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시는 당초 33개 부서가 배치돼 있던 미추홀타워의 환경을 개선해 제2청사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먼지 날리던 카펫을 걷어내고 태양광이 내리쫴 뜨거운 통유리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등 개선작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청 인근으로 이전하는 게 좋다며 박남춘 시장 지시로 현재 신관으로 이전하게 됐다. 주민과의 소통 없이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시청사 건립 및 이전문제는 10여년 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각 지역에서 청사를 서로 유치하려는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지연됐다.
시는 신관 매입 당시 약 260억원에 매입했으나 분양률이 60%에 불과했는데도 분양가보다도 19억원정도의 웃돈을 주며 비싸게 샀다.
앞서 시는 같은 규모의 건물을 시가 직접 짓는 것보다 90억원이 절약되는 금액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었다.
시 관계자는 “신관은 행정용으로 적합하지 않고 행정수요가 늘어날수록 불편이 가중될 것이다. 시청 인근으로 이전할거면 부지를 매입해 신청사를 건립하는게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효율적이고 편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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