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변 성공담 솔깃, 나만 벼락거지 될라"…2030 코인 광풍

뉴스1

입력 2021.04.20 15:14

수정 2021.04.21 08:36

20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날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일 이후 13일 만에 7,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1.4.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0일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서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이날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일 이후 13일 만에 7,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1.4.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정혜민 기자,박종홍 기자 = #1. 직장인 김모씨(34·남)는 올해 2월 암호화폐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2017년 1차 광풍 때 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가 '피'를 본 기억이 있지만, 바닥을 찍었던 암호화폐들이 줄줄이 수백%씩 상승하며 대박을 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마음이 다시 급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동산 거지, 주식 거지 소리까지 들었는데 암호화폐 거지까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2. 공무원 김모씨(28·남)는 코인을 하는 직장 동료들을 따라 1월말 여윳돈 50만원으로 처음 코인을 샀다.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액 투자도 할 수 있고, 24시간 거래가 이뤄져 접근이 쉬웠다.
지금은 "투자가 곧 돈 버는 것"이라며 월급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넣기 시작해 수백만원을 투자 중이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암호화폐)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투자 계기는 저마다 다양하지만 주로 Δ쉬운 접근성 Δ지인으로부터의 투자 성공담 Δ단기간 높은 수익률 Δ비트코인 등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 등으로 호기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주변의 성공담에 솔깃해 호기심으로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다수다. 일확천금을 번 사례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는 터였다. 늦은 감이 있다고 느끼면서도 "지금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따라잡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한 몫했다.

20일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수현씨(가명·30) <뉴스1>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월급만으로는 돈 모아서 서울에 집 한 채도 못사지 않나"며 "벼락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장생활도 착실히 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게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씨는 "주변에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번 지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 영향이기도 하다"며 "꼭 그 사람처럼 많은 돈을 벌어야지가 아닌 얼마 안되는 돈이더라도 벌 수 있는 기회니까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내 집 마련에 돈을 보태고 싶었다"라고 했다.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좇아 코인에 입문했다는 투자자도 있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었던 주식시장이 점차 소강 상태를 보이자 흥미를 잃은 주식 투자자들이 코인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씨(28·남)는 "한 틱이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식과 달리 코인은 실시간으로 드라마틱하다. 투자한 코인이 5분만에 10% 이상 올라가면 '더 넣을 걸'이라는 후회도 한다"며 "어느 정도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런 때를 대비하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으로 직장인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주식 거래 3일치가 코인 하루치일 정도로 속도감 있기 때문에 주식하던 사람이 이 맛을 한번 들이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일확천금을 노려 입문했다는 투자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31·남) "떼돈 벌고 싶어서 2017년 비트코인이 1000만원일 때 시작했다"며 "그 후 안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여서 다시 시작했다. 뭘 넣어도 다 오르는 시기였다"고 했다. 그는 자본금 대비 수익률이 50%를 기록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다만 손실을 기록해도 언젠가 다시 오를 거라는 희망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코인판은 수익을 내는 10%,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90% 손실자로 구성된다'는 말도 있다.

A씨는 "코인하는 사람들은 보통 잃는 사람이 더 많다. 오래 한 사람들의 경우 지금은 넣어도 크게 오를 것 같은 심리가 아닌 것을 안다"며 "모두 다 한탕주의로 단타로 뛰어들고 그래서 지금은 몸을 사릴 때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씨는 "서울에 올라오기 전 갖고 있던 지방 아파트 분양권을 판 것과 월급 등 9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한때는 3억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0분의 1도 안남았다"며 "다시 오를 날이 있겠지 하면서 '존버' 중인데, 정신적으로 버텨보려고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코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투자를 경고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수요가 느니 가격이 오르지만,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폭락한다"며 "자금의 출처도 불분명하며, 사기·사고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로서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도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가 없고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 아래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