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의 공화당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화당이 고립주의, 보호주의, 이민배척에 매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2009년 퇴임 이후 정치적인 행보를 자제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NBC와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가장 강한 어조로 공화당을 대놓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 공화당은 고립주의자
CNN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트럼프 이후 공화당을 지배하는 강경 노선과 대조적으로 이민에 관해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공화당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삼가왔다.
그러나 이날 NBC와 인터뷰에서는 공화당을 전에 없이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시는 지금의 공화당을 어떻게 묘사하겠느냐는 질문에 "공화당을 고립주의자, 보호주의자,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는 이민 배척주의자라고 묘사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 공화당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부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그저 "(지금 공화당의 행동은) 내 비전과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그저 나이든, 그들이 초원으로 쫓아낸 노인일 뿐이다. 난 그저 화가다"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이민·총기통제에 관해 좀 더 유화적이고, 교육부문의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후보가 나온다면 2024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주장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시는 "강조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라면서 "강조점을 통합과 품위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집중한다면 그런 후보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와 달리 이민에 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신이 그린 이민자들과 관련한 그림들을 소개하기 위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부시는 의회에 이민에 관한 '거친 언사'를 낮추고, 양당이 이민법에 관해 조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 미군 철수로 아프간 여성들 심각한 인권유린 직면
이날 인터뷰에서 부시는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안보에 관한 우려가 아닌 아프간 여성 인권에 관한 우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밝히면서 부시 전 대통령과도 상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9·11테러 뒤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이다.
부시는 미군이 철군할 경우 아프간 여성들이 심각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바이든으로부터 철군 결정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첫번째 반응은 이 여성들이 탈레반 치하에서 고난을 겪겠구나하는 것이었다"면서 "(미군이 진주한 뒤) 상당한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그 나라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겪게될 고난에 깊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또 철군이 올바른 결정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통해 이 여성들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결과는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가 아는 탈레반은, 그 지역을 통치하던 당시 야만적이었다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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