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의료전담팀 인터뷰
신해철 사건 계기 출범, 의료수사 '중추'
수술실CCTV법, 처벌수위 현실화 필요해
[파이낸셜뉴스] 서울지방경찰청 의료사고전담팀은 서울청이 자랑하는 전문 수사팀이다.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권대희 사건’을 비롯해 차병원 신생아 낙상사고 증거인멸 사건, 낙태수술 중 태어난 아이 익사사건, 프로포폴 재사용 환자 사망사건, 중국인 유학생 불법낙태 뇌사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성과를 올렸다.
신해철 사건 계기 출범, 의료수사 '중추'
수술실CCTV법, 처벌수위 현실화 필요해
2021년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방청이 의료사고전담팀을 가동하게 된 데는 서울청 의료팀의 활약이 기반이 됐다. 한국에서 전문적인 의료사고 수사가 토대를 다진 것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청 의료팀에서 2개 팀 각 6명의 팀원이 활약 중이다. 본래 1개 팀 8명으로 출범한 것을 폭증하는 의료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확대 개편했다.
■"수술실 안 CCTV 수사현장에서 절실해"
본지는 여섯돌을 맞은 서울청 의료팀 팀원들과 만나 의료사고 수사의 지난 6년과 앞으로의 과제를 들어봤다.
의료사고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차이가 있다. 환자가 언제 어디서 피해를 입었는지는 비교적 분명하지만, 어떻게 피해를 입었고 어떤 범죄가 되는지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의료사고 특성상 사고가 병원 내 수술실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은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에 사건 초기 객관적 증거확보가 수사의 성패를 가른다고 평가된다.
의료팀 6년차 김낙규 형사는 “일단은 수술실CC(폐쇄회로)TV가 필수적”이라며 “만약 (CCTV가) 없으면 의료진 간에 얼마든지 말로 맞출 수가 있고 (자료) 변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형사는 “전에 맡았던 사건에서 (의사들이) 신생아를 떨어뜨려 두개골이 골절됐는데 산모나 아이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유가 MRI영상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아예 삭제가 됐었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선 의료현장에서 있어선 안 되는 유령수술 등의 행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팀 창설 때부터 이끌고 있는 강윤석 팀장은 “지역 개원의가 뜨내기 손님을 잡을 목적으로, 또 프로포폴 같은 약품을 아껴쓰려다 악의적인 과실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CCTV가 있으면 의무기록이랑 대조해 잘못을 찾아내기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기록지를 수정하는 게 불법이 아니란 점도 수사현장에서 CCTV와 같은 객관적 증거가 절실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강 팀장은 “의무기록 수정이나 삭제가 불법이 아니라서 고의적인 건지, 고칠 부분 있어서 고친 건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수사가 시작되면 압박이 되고 숨기려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의사들의 범죄행위를 주로 업무상 과실로 다루는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에서 최근 유족이 업무상 과실 대신 상해치사와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들이 병원에서 행한 행위에 상해나 살인죄를 적용한 사례는 흔치 않다.
의료팀은 지난 2019년 낙태수술을 위해 34주 태아를 제왕절개해 꺼낸 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물통에 넣어 익사시키고 사체를 손괴해 의료폐기물로 버린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3년차 김태훈 형사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대부분 업무상과실치사 문제를 다루는데 병원에서 고의로 34주 애를 죽인 사건이라 살인으로 갔는데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전문지식 접근 위해 공부는 일상
의료범죄에 대한 형량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낙규 형사는 “범죄를 저질러 행정처분을 받아도 면허정지 10일이나 15일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면 하나마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강 팀장도 “심지어는 운전면허처럼 아예 못하게 바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편할 때 정지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범죄에 대한 처분인데 휴가랑 붙여서 ‘푹 쉬다 와’하고 그렇게 되는 수도 있다”고 답답해 했다.
분야 특성상 의료팀은 의료인 못지않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의료사건에서 다루는 용어는 물론 의료계 문화와 사고방식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4년차 전세훈 형사는 “감정을 보내기 전에 감정요구 사안에 대한 질문지를 만들려면 의료기록을 검토해야 하고 그때마다 분야가 다르고 전문적이니 우리도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며 “의사를 수사하려다 보면 100%까지는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니 불가피하게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히 하려 노력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팀 출범 이후 6년 간 다수 사건을 해결한 의료팀은 경찰 내에서도 존중받는 존재가 됐다. 팀에 합류한 지 2개월 차인 나일 형사는 앞으로의 수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 형사는 “누나와 매형이 간호사, 약사라 관심도 있었고 동경하며 옆에서 (활약상을) 많이 듣기도 했다”며 “실제로 오기까지 많이 치열했다”고 웃어보였다.
서울청 의료팀은 의료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키워 전국 최고의 수사팀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기창 반장은 “‘서울청 의료팀에서 했다면 믿을 수 있지’하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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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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