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비롯한 5·18 민주화운동으로 처벌받은 5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22일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서인선 부장검사)는 "지난 1980년 전후 계엄포고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이소선 여사 등 5명에 대해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정당행위였음을 이유로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작고한 이 여사는 (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으로, 지난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의 분신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약 41년간 노동운동가 겸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했다.
검찰은 "지난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파괴 범행을 저지·반대한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직권 재심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이 직권 재심 청구를 한 사건은 이 여사가 지난 1980년 5월 4일 시국성토 농성에 참여해 노동자들의 생활상에 대해 연설하고, 같은 달 9일 '노동3권을 보장하라, 민정을 이양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불법집회를 해 계엄포고 위반한 혐의로 같은 해 12월 6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건이다. 다만 이후 계엄보통군법회의 관할관으로부터 형의 집행은 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사와 함께 직권 재심 청구 대상으로 지정된 김모씨와 양모씨는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지난 1980년 6월 11일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각각 선고유예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재심이 청구됐다. 김씨는 이미 고인이 됐고 양씨는 생존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기록만 있을 뿐 전산상 주민등롣번호 등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양씨가 "김씨는 판결문 기재 내용 이상으로 민주화를 위해 적극 기여했다"며 "1986년경 사망했지만, 그 친구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면 좋겠다"고 해 직권 재심 청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관할 주민센터에 사망자 관련 수기 장부를 확보해 유족인 김씨의 오빠와 연락이 닿아 재심 청구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 유족은 "우리 가족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생을 가슴에 묻은 채 서로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지내왔다. 잊지 않고 챙겨줘 고맙다"며 재심청구에 동의 의사를 밝혀왔다.
이 밖에 지난 1980년 6월 27일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유인물을 검열 없이 제작한 혐의로 장기 8월·단기 6월을 선고받은 이씨와 같은 해 5월 1일 정부를 비방하는 시위를 했다는 혐의로 선고유예를 받은 조씨의 사건도 재심청구 대상에 올랐다.
북부지검은 "앞으로도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재심청구 등 적법절차 준수 및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고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소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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