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석 달만에 수척해진 이재용… "합병은 경영상 필요"(종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2 20:01

수정 2021.04.22 20:01

부당합병·회계부정 첫 공판
檢 "그룹 차원의 불법행위"
이재용 등 11명 "혐의 부인"
삼성 측 "삼성은 범죄단체 아냐"

지난 1월 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지난 1월 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첫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소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섰다. 이 부회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11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충수염 수술’ 후 지난달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판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한 건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이 맞나' 등의 질문에 자리에 일어서서 "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변호인 등과 별도의 대화없이 법대 방향을 응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안정호 변호사는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부가 피고인의 극박했던 상황을 짐작해 기일을 연기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게도 감사 말씀을 드리며 향후 재판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 “삼성 그룹차원에서 불법행위”
검찰은 이날 2시간 가량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공소사실의 요지를 설명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의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그룹차원에서 거짓 정보를 알리면서 중요한 정보는 숨기는 등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승계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병 과정에서 행해진 허위 정보제공과 투자 정보 미제공을 문제삼는 것”이라며 “합병의 목적은 이 부회장의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였고, 이 부회장에게 최소 비용으로 제일모직의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사익 목적은 합병 핵심 사항에 대한 기망을 전제로 합병 경과와 시점, 선택 경위, 효과 등과 필연적으로 연결이 된다. 주주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검토 가능성을 박탈했다”며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사건 합병이 승계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시점을 선택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하고, 오히려 적정하다고 회계보고서도 조작하고 유포했다”며 “사실상 총수에 의해 합병 비율을 왜곡하고 그로 인해서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의 실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혐의 부인...경영상 필요 인정돼”
이 부회장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 10명도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내지 “인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사업상 필요와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면서 "삼성물산 입장에선 국내·외 건설 악화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이 우려됐고, 제일모직에겐 해외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으로 사업 효과가 고려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주장하는 자본시장법도 성립되지 않으며, 허위 공시에 대한 여부도 객관적 공시내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야 한다"며 "경영권 안정화 효과는 주주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므로 기망이라는 검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망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은 피고인들이 모든 범행을 쉼 없이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마치 무슨 범죄단체로 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경제적 실적에 부합하게 회계처리를 했고, 투명하게 공시했다. 부채를 허위로 줄이거나 재무제표 조작해 투자자 속이는 전형적인 분식회계 사건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PPT가 마무리된 뒤 수사기록 열람·등사와 증인 채택을 두고도 공방은 계속됐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증권 직원 한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2차 공판은 내달 6일 오전 10시께 열릴 예정이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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