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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붓한 질감에 착착 붙는 감칠맛 일품이네.."너 칠레 와인 맞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2 23:23

수정 2021.04.22 23:30

[톡톡(talk talk) 이 와인]바롱 필립 드 로췰드 '마푸 리제르바 2019'
마푸 리제르바 2019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이다.
마푸 리제르바 2019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이다.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와인명가 바롱 필립 드 로췰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가 칠레 마울레 밸리(Maule Valley)에서 생산하는 '마푸(Mapu)' 시리즈는 속칭 '신대륙스럽지 않은' 와인이다.

칠레를 비롯한 신대륙 와인들은 유럽와인에 비해 대부분 두꺼운 질감과 낮은 산도,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마푸 와인은 칠레에서 생산되는 와인임에도 질감이나 산도, 타닌 등의 터치가 유럽 스타일에 더 가깝다.

바롱 필립 드 로췰드의 '마푸 리제르바 2019(Mapu Reserva 2019)'의 코르크를 열었다. 마푸 리제르바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는 13%다.
오크에서 6~8개월 숙성한 후 병입했다. 소비자가격 4만원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이다. 이틀에 걸쳐 마셔본 느낌을 적는다.

마푸 리제르바 2019는 보랏빛 계열의 와인으로 아직 어린 와인이어서 림도 색깔이 변하지 않았다.
마푸 리제르바 2019는 보랏빛 계열의 와인으로 아직 어린 와인이어서 림도 색깔이 변하지 않았다.


병을 기울이자 잔에 쏟아지는 와인에서 신선한 과실향이 주변으로 확 퍼진다. 붉은색 계열의 아로마로 들치근하지 않은 깔끔한 향이다. 잔에 떨어진 와인은 보랏빛 계열로 진하지 않다. 와인잔의 스템이 다 보일 정도로 묽다. 2019년 빈티지의 어린 와인이라서 림의 빛깔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체리 등 붉은 계열의 과실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약간의 블랙 계열 과실향도 느껴진다. 갓 짜낸 아주 신선한 과실향이다.

입에 머금어 보면 기분좋은 산도가 먼저 반긴다. 날카롭지 않은 신맛이다. 질감은 아주 가붓하다 못해 여리여리하다.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이 맞나 싶을 정도다. 산소와 접촉 시간이 짧아서인지 타닌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2차 향도 거의 없다. 그런데 와인이 정말 맛있다. 잘 다듬어진 산도와 가벼운 질감에 숨겨진 감칠 맛은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과도 살짝 닮아있다.

둘째날의 마푸 리제르바 2019.
둘째날의 마푸 리제르바 2019.


다음날 남은 와인을 열었다. 과실 향은 역시 붉은 계열 그대로다. 그런데 2차 향이 올라온다. 강하지는 않지만 오크 향과 약간의 바닐라와 토스트 향도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타닌이다. 첫날과 달리 타닌이 상당히 강해졌다. 아주 부드럽게 녹아있는 타닌은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진 후에도 치아와 입술까지 제법 뻑뻑하게 만들 정도다. 그러나 두껍거나 거칠지 않은 아주 잘게 쪼개진 타닌이다.
베트남 커피나 터키 커피를 먹고 난 후 밑에 가라앉아 있는 아주 미세한 입자가 입속에 촥 도포되는 느낌이다.

첫째날 와인이 아주 가벼운 질감의 신선하고 감칠맛 있는 모습이었다면 둘째날 와인은 산도와 타닌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면서 보다 우아해진 느낌이다.


마푸 리제르바 와인을 마신다면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변하는 모습을 즐기거나 약간 남겨 다음날 마시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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