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자율 수술실CCTV, 공공병원서도 촬영률 천차만별 [김기자의 토요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4 15:16

수정 2021.04.24 15:15

공공의료원 간 촬영률 격차 최대 수십배
90% 육박부터 2% 간신히 넘는 사례도
같은 진료과목끼리도 촬영률 격차 커
의료진 태도, 안내방식도 차이 유발
[파이낸셜뉴스] 공공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전라북도와 경기도에서 실제 수술장면 촬영 동의율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진료과목이라 할지라도 병원별로 많게는 수십배까지 동의율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확인된 것이다.의료계 관계자들은 병원이 환자에게 수술실CCTV 운영을 알리고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이 같은 차이가 유발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경기도 지원을 받아 수술실CCTV를 설치·운영 중인 민간병원 2곳에서도 CCTV 운영률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 바 있다. 일각에선 의료진의 협조여하에 따라 수술실CCTV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수술실CCTV법안 대신 수술실 바깥에 CCTV를 다는 안을 추진하다 비판에 직면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8일 법안 재논의를 앞두고 있다.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수술 당시 CCTV 영상. 수술대에 누워있는 권씨를 앞에 두고 간호조무사들이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시민단체 환자권익연구소를 설립해 수술실CCTV 입법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환자권익연구소 제공.
2016년 공장식 유령수술로 사망한 고 권대희씨 수술 당시 CCTV 영상. 수술대에 누워있는 권씨를 앞에 두고 간호조무사들이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는 시민단체 환자권익연구소를 설립해 수술실CCTV 입법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환자권익연구소 제공.

CCTV 촬영 90% vs. 2%, 이유는?

24일 의료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도내 공공병원에서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전라북도와 경기도 공공의료원에서 촬영동의율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북도 내 공공의료원인 남원의료원과 군산의료원에선 특히 큰 차이가 관측됐다. 남원의료원의 경우 2020년도에 이뤄진 촬영가능 수술건수 347건 중 촬영된 수술이 311건에 이르렀다. 촬영비율로는 89.6%로, 수술 10건 중 9건에서 CCTV 녹화가 이뤄졌다. 월별 촬영비율엔 큰 차이가 없었고, 진료과목별로 최저 60%에서 최고 97%까지 차이가 확인됐다.

정형외과와 외과, 신경외과의 동의율이 높았고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민감한 부문은 촬영률이 다소 낮았다. 다만 비뇨기과가 촬영률 60%, 산부인과가 촬영률 75%를 기록해 촬영에 동의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많았다.

흥미로운 건 역시 수술실CCTV를 운영 중인 공공의료원, 동일한 진료과목 간에도 수술실CCTV 촬영비율에 큰 격차가 있다는 점이다.

일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군산의료원의 경우 2020년도 촬영이 가능했던 871건의 수술 중 실제 촬영된 건수가 23건(2.6%)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는 정형외과가 807건 중 21건, 이비인후과가 64건 중 2건 촬영됐다. 각 2~3% 수준으로, 동일한 진료과목임에도 남원의료원과 수십배 차이가 난다. 수술 종류와 CCTV 설치 수술실 운영현황, 환자들에게 수술실CCTV 촬영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식, 의료진의 인식 및 자세 등에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확연한 차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취임 이후 수술실CCTV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일을 추진하다보면 수술실CCTV 설치처럼 높고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만나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며 “기득권에 굴복하면 변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정책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취임 이후 수술실CCTV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일을 추진하다보면 수술실CCTV 설치처럼 높고 두터운 기득권의 벽을 만나기도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며 “기득권에 굴복하면 변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정책 추진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공공의료원도 이런데, 수술실CCTV법 통과가 답

전라도뿐 아니다. 이재명 지사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로 도내 모든 공공의료원에 수술실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경기도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됐다.

경기도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 6개 공공의료원에서 수술실CCTV를 운영 중인데 2020년도 촬영동의율 평균이 62%에 불과하다. 남원의료원에서 가장 낮은 동의율을 보인 진료과목인 비뇨기과 수술 동의율보다 불과 2%p 높은 수준이다.

각 의료원별로 보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병원별 촬영동의율을 안성병원 85%, 포천병원 78%, 수원병원 75%, 파주병원 55%, 의정부 병원 53%, 이천병원 41% 순이다. 안성과 이천은 동의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유사한 진료과목과 수술부위에도 극명한 차이가 확인된다. CCTV 운영실적이 좋은 안성병원은 비교적 민감한 과목인 비뇨의학과와 산부인과 촬영동의율이 각 75%와 100%로 높게 나타났지만 다른 일부 병원에선 외과와 정형외과 촬영동의율이 턱없이 적게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병원 정형외과는 수술 102건 중 촬영된 건수가 단 16건뿐이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비롯해 △수술실CCTV 운영 세부지침의 차이 △각 병원의 문화적 차이 △환자 성향차 △수술별 특수성 등이 이 같은 결과의 이유라는 의견도 나왔으나, 일부 의료진은 △확고한 지침이 없는 점 △수술실CCTV 운영 필요에 대한 의료진의 의식 및 자세 △환자에 대한 설명방식 차이 등에서 차이가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이 같은 차이를 내다볼 수 있는 사례도 존재한다. 경기도는 도내 병원급 민간 의료기관 두곳의 신청을 받아 수술실CCTV를 운영 중에 있는데, 두 병원 간 CCTV 촬영률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본지 2월 27일. ‘[단독] 이재명표 수술실CCTV, 어렵게 달았는데 촬영은 '0'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의료진 전원이 CCTV 설치에 동의한 A병원은 지난해 11월 9일 첫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진행한 수술 중 80% 이상에서 영상을 녹화했다. 2월 기준, 총 330건 중 265건의 수술이 녹화됐고,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내 모든 의료인력이 촬영에 동의했다.

반면 일부 의료진이 설치에 반대한 B병원은 설치 이후 지난 2월까지 263건의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 건의 CCTV 촬영도 진행하지 않았다.

수술실CCTV법이 없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고 있는 현 체제에선 의료진 반대로 사실상 수술실CCTV 운영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회의 당시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유일하게 주장했다. 소위 11명 위원 가운데 다른 10명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실에선 본지에 수술실CCTV에 긍정적 입장을 추가로 전해오기도 했지만 28일 실제로 어떤 의견을 낼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nDB.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회의 당시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유일하게 주장했다. 소위 11명 위원 가운데 다른 10명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실에선 본지에 수술실CCTV에 긍정적 입장을 추가로 전해오기도 했지만 28일 실제로 어떤 의견을 낼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nDB.

뜨거운 여론, 국회는 화답할까··· 28일 '논의'

의료계 시민단체들은 수술실 내 CCTV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수술실 바깥에 CCTV를 설치하려는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및 보건복지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환자권익연구소는 지난 22일 진행한 포럼에서 △복지위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수술실 입구 CCTV는 수술실CCTV가 아니며 △수술실CCTV 촬영은 환자 요구만으로도 이뤄져야 하고 △환자의 요구로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상태다.

한편 수술실CCTV법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연속 폐기됐지만 21대 국회에서 김남국,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 첫 단계인 상임위 제1법안심사소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수용해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걸 절충안으로 내민 상황에서 야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상당수 의원까지 입구 CCTV 설치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본지 3월 6일. ‘[단독] 수술실CCTV 찬성 달랑 1... "밖에 달자" 의견 좁혀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경기도와 전라북도 도의회, 국회 보건복지위, 일부 언론사 자체조사에서 연달아 국민 90% 내외가 수술실CCTV법에 찬성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수술실CCTV 설치여론을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로 돌리려는 일부 의원들이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태다.

수술실CCTV는 잇따르는 의료범죄 예방 및 환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의료소송에서의 객관적 자료 확보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지방경찰청 의료전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과정에서 의료진의 진료기록부 조작 및 의료진이 입을 맞추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객관적 자료인 수술실CCTV가 수사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필요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형외과 전문의 역시 “유령수술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있어선 안 되는 범죄행위가 일부 문제가 있는 의사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수술실CCTV를 비롯해서 공익제보자 포상과 보호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는 수술실CCTV 법안을 오는 28일 다시금 논의할 계획이다.

수술실CCTV 법안 의원별 반응
수술실 내 CCTV 찬성 수술실 밖 CCTV 동의 의견 개진 안 함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성주, 남인순, 서영석, 신현영(이상 더불어민주당), 강기윤, 김미애(이상 국민의힘), 전봉민(무소속), 최연숙(국민의당) 의원 김원이(더불어민주당), 서정숙 의원(국민의힘)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 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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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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