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네모이야기] 제주 서귀포 칠십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5 09:00

수정 2021.04.25 09:36

축제는 덤…푸른 바다, 폭포, 돌기둥, 섬, 난대림, 물도 참 맑다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서귀포시 남서 해안 절벽에 있는 조개종류의 화석을 말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층의 패류화석은 서귀포시 남서 해안 절벽에 있는 조개종류의 화석을 말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국토 최남단, 제주 서귀포를 상징하는 말로 ‘서귀포 칠십리(西歸浦 七十里)’가 있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지금의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던 정의현(旌義縣)의 관문에서 서귀포의 서귀진(西歸鎭·서귀포 방호소)까지 거리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권38 정의현조를 살펴보면, 정의현성에서 홍롯내(洪爐川, 솟밧내·솜반내·선반내)까지 거리가 64리이고, 서귀포 방호소까지 거리가 71리라 했다. 이 지역 대표 축제도 ‘칠십리’다. 올해로 27회를 맞는 서귀포칠십리축제는 서귀포시민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서귀포시의 뿌리와 정서라는 관점에서 진행되는 지역축제라고 한다.


[네모이야기] 제주 서귀포 칠십리

정방폭포는 천제연폭포·천지연폭포와 함께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정방폭포는 천제연폭포·천지연폭포와 함께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물론 ‘칠십리’는 남인수(1918~1962)가 부른 같은 제목의 대중가요(작사 조명암·작곡 박시춘)도 있다. 1937년에 발표된 ‘서귀포 칠십리’는 당시 일제 강점기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당시 한낱 보잘 것 없는 촌락에 불과했던 서귀포를 전국에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바닷물이 철썩철썩 파도치는 서귀포
진주 캐는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
휘파람도 그리워라 뱃노래도 그리워
서귀포 칠십리에 황혼이 온다

금 비늘이 반짝반짝 물에 뜨는 서귀포
미역 따는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
금조개도 그리워라 물 파래도 그리워
서귀포 칠십리에 별도 외롭네

진주알이 아롱아롱 꿈을 꾸는 서귀포
전복 따는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
물새들도 그리워라 자개돌도 그리워
서귀포 칠십리에 물안개 곱네“(이상 서귀포칠십리 가사)

제주 서귀포항.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서귀포항.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당시 조명암이 본 서귀포는 천혜의 자연 포구였다. 서귀포 앞에 범섬·새섬·문섬·섶섬이 미려하게 자리 잡은 사이로 고깃배가 오고 가고,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까지 겹친 해안 풍광은 노랫말에 자연스레 묻어났다.

특히 당대 최고의 가수, 남인수의 탁월한 미성과 가창력을 탄 노랫말은 일제 치하에 억눌려 살던 국민들로부터 끝없는 향수와 애틋한 그리움을 이끌어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해상에 있는 범섬.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해상에 있는 범섬.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항의 옛 지명은 수전포(水戰浦)다. 조선시대 제주목사 이원진(李元鎭, 1594~1665)이 쓴 탐라지(耽羅志, 1653)에 따르면, 당시 서귀포 수전소에는 사군·격군 105명을 비롯해 병선 1척과 비상양곡 3석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뜻도 있다. 포구 정면에 자리잡은 ‘새섬’ 때문에 '수전포'라는 지명이 붙게 된 것이라고 한다. 새섬의 동모와 서모, 두 갈래 방향에서 들어오는 물살은 포구 중앙을 감싸면서 돌았고, 마치 '물싸움'을 연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전(水戰)이다. 지금이야 포구에 다리가 놓이고 해안 매립과 함께 지형이 크게 달라져 그 모습은 볼 수 없다.

서귀포항 앞바다에 있는 새섬. 지금은 새연교와 연결돼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항 앞바다에 있는 새섬. 지금은 새연교와 연결돼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새섬에서는 새연교와 연결된 서귀포항과 함께 범섬·문섬·섶섬이 푸른 바다위로 보여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새섬에서는 새연교와 연결된 서귀포항과 함께 범섬·문섬·섶섬이 푸른 바다위로 보여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일각에선 대중가요 노랫말을 끄집어내 27.5km 가량되는 70리를 서귀포 앞바다에 떠있는 새섬·문섬·범섬을 포함해 서귀포 해안선의 길이가 ‘70리’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해석이 구구하기 때문에 칠십리는 단순한 거리적 개념을 넘어선 것 같다. 마치 ‘이어도’처럼 모든 사람의 끝을 의미하는 '이상향'으로 다가온다.

천지연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넓고 푸른 쉼터,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천지연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넓고 푸른 쉼터,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 칠십리의 탐구는 바닷가를 따라 진행된다. 천지연 폭포 입구에서 서쪽 해안 절벽까지 1.5㎞에 걸쳐 형성된 해양 퇴적물 층이 눈에 들어온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5호로 지정된 '서귀포층'이다. 이곳에는 약 200만년 전 제3기의 플라이오(Pliocene)세에 살았던 120여종의 패류화석이 있다.

천지연폭포 일대의 난대림지대는 천연기념물 제379호로 지정돼 있다. 폭포 아래 소(沼)에는 무태장어가 살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돼 있다. 정방폭포는 바닷가로 직접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다로 흘러내리다가 굳어버린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덩어리에는 바람에 깎이고 파도에 파인 흔적이 뚜렷하다.

천지연폭포가 떨어지는 깊이 20m의 못 속에는 무태장어가 서식한다. 무태장어는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이나 호수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류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천지연폭포가 떨어지는 깊이 20m의 못 속에는 무태장어가 서식한다. 무태장어는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이나 호수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류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인 외돌개는 바다에서 20m높이로 솟아난 형상의 돌기둥이다. 바다 위에 홀로 우뚝 서있다.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은 삼매봉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600m 구간에 조성돼 있다. 이곳은 서귀포와 관련된 시비 12기와 노래비 3기가 있다. 공원 안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미술관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휴식과 산책을 즐긴다면, 제주 여행의 매력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귀포시 걸매생태공원.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마음껏 산책할 수 있는 시민공원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시 걸매생태공원.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마음껏 산책할 수 있는 시민공원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생태학습 탐방코스인 솜반천은 청정 용천수가 1년 사계절 변함없이 흘러나온다. 서홍동 북쪽 한라산 기슭에서 발원해 걸매생태공원과 천지연폭포, 서귀포항을 거쳐 바다로 간다.

물은 늘 빈곳을 찾아 흐른다. 다투지 않고 끊임없이 낮은 곳을 향한다. 공자(孔子)는 그래서 물을 보고 군자(君子)의 도(道)를 생각했다. 우리들의 삶도 물처럼 순리대로 흘러야 하는 것을.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입하(立夏·5월5일)다. 풋풋하다.
싱그럽다.
이제 또 계절이 바뀐다.

서귀포항 등대.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서귀포항 등대.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관광공사 추천 10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관광 10선 중 하나인 서귀포 칠십리축제.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관광공사 추천 10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 관광 10선 중 하나인 서귀포 칠십리축제.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섶섬은 서귀포시 보목동 해안에서 약4km 위치한 무인도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섶섬은 서귀포시 보목동 해안에서 약4km 위치한 무인도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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