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년 신기득권 부상
오만·불공정에 20대 외면
실력 못보이면 훅 갈 수도
오만·불공정에 20대 외면
실력 못보이면 훅 갈 수도
다수 국민들은 지난 4년 기대와 함께 문 정부를 지켜봤다. 심지어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에 압도적 의석을 몰아줬다. 족보 없는 소득주도성장론과 과속 탈원전이란 '뜬금포'로 경제 생태계를 초토화했는데도 그랬다. 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위기를 맞자 중도층이 집권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 등 '탁현민 표' 평화 이벤트도 2018년 지방선거 등 여권의 연승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여권이 한껏 자랑했던 K방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력 없는 복서의 현란한 스텝은 결국 꼬이게 된다. 그래서 '4·7 민심의 링'에서 여권은 녹아웃됐다. 그사이 국민이 북한의 핵능력(곧 평화파괴능력)만 고도화됐다는 것을 알아채면서다. 백신 기근 속에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하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국정 난맥의 주된 책임은 권력 핵심에 포진한 5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이 져야 할 듯싶다. 그 당시 대학생치고 최루탄 냄새를 맡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다만 정치권에 투신한 극렬 운동권은 소수다. 이 중 여당 86들에겐 문 정부 4년은 그야말로 '벨 에포크'(좋은 시절)였을 법하다.
그러나 그들의 구호는 요란했지만 정책적 성과는 미미했다. 1980년대 시각이 2020년대에도 통할 리가 없건만 자신만이 정의라는 오만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조국·윤미향 등이 외쳤던 정의가 '내로남불'이란 메아리로 돌아오는데도 그 심각성을 몰랐을 것이다. 낯 뜨거운 줄 모르고 셀프보상(민주화유공자특별법)까지 기도해 유독 공정의 가치에 민감한 20대들이 등을 돌릴 때까지도 말이다.
그런데도 4·7 보선 후 여권 86그룹은 건재하다. 선거 패배로 김태년 원내대표는 물러났으나, 윤호중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송영길 의원은 당 대표 후보군에 올라 있다. 유은혜 교육부·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당·정·청 주요 보직을 맡은 인사는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86그룹의 전성기는 언제까지일까. 낙관하기엔 20대의 반란이 심상찮다. 86그룹 중심 여당 지도부는 재보선 내내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골몰했다. LH 신도시 투기 의혹이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 의원들로 불길이 번지고 있는데도 그랬다. 젊은 층을 우군으로 본 셈법이었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딴판이었다. 서울 '이남자(20대 이하 남성)'의 72.5%는 야당 오세훈 시장 후보를 지지했다.
86식 선거공학이 젊은 층에 왜 먹혀들지 않았겠나. 생업 현장에서 땀 흘린 경험이 적은 '민주건달'의 정책능력의 한계 탓이 아닐까. 그래서 나라 곳간을 마구 헐어 찔끔 나눠주면 미래세대가 "좋아라" 할 걸로 착각했을 터다. 애초 그들이 일자리난 등 청년들의 아픔과 불안한 미래를 알 턱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86그룹도 세대교체 물결과 맞닥뜨렸다. 이미 기득권인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내로남불 행태를 고집하다면? 20대의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는 둥 꼰대질만 한다면? 그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도 대선 뒤엔 훅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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