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건 '윤여정 신드롬'이 이른바 '국뽕'(과도한 애국주의)의 산물이 아니란 점이다. 국내 팬들이 아니라 현지 언론과 네티즌이 '찬사 랠리'를 이끌고 있어서다. 윤여정은 시상식장에서 경쟁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가 "우리는 각자 영화에서 최고였다"며 "내가 운이 좀 더 좋았을 뿐…"이라고 하자 경합자 중 한 명인 아만드 사이프리드가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는 혼잣말과 함께 감격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를 본 한 트위터 이용자는 "수상소감으로 오스카상을 한 번 더 수상해야 한다"고 했고, NYT 기자는 소셜미디어에 "내년 시상식 진행은 윤여정에게"라고 썼다. 이처럼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어법은 국내 팬들에게는 새삼스럽지 않다. '휴먼여정체'라는 조어의 존재가 그 방증이다. 네티즌들이 그의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말투를 한글 글꼴의 하나인 휴먼명조체를 패러디해 이같이 불렀다니 말이다.
그는 이런 휴먼여정체 어법을 한국 언론 간담회에서도 선보였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우쭐해지기 쉬운 마음을 추스르면서다.
칠순을 넘긴 노배우의 독특한 어법이 국내외에서 어필하는 까닭이 뭘까. 시상식장에서 제작사 플랜B를 이끈 스타 브래드 피트에게 "영화 찍는 동안 (제작비도 더 내지 않고) 어디 있었냐"고 거침없는 농담을 던진 그다. 그러면서도 평소 아들뻘 동료 연예인들에게도 꼰대질은 삼간다. 이게 '윤식당'이나 '윤스테이' 등 출연하는 TV 예능프로그램마다 장수한 배경일지도 모르겠다.
kby777@fnnews.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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