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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아케고스 손실, 100억달러 웃돌아...노무라, 국제투자은행 야심 무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8 04:34

수정 2021.04.28 04:34

[파이낸셜뉴스]
헤지펀드 아케고스 파산으로 일본 종합금융사 노무라가 국제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11월 28일 도쿄의 노무라 본사. 로이터뉴스1
헤지펀드 아케고스 파산으로 일본 종합금융사 노무라가 국제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016년 11월 28일 도쿄의 노무라 본사. 로이터뉴스1

아케고스 캐피털 붕괴에 따른 주요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100억달러 선도 넘어섰다. 일본계 노무라가 27일(이하 현지시간) 29억달러 손실을 보고하고, 스위스 UBS는 8억61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한데 따른 것이다.

아케고스는 한국계 헤지펀드 매니저 빌 황이 운용하던 펀드로 주가 상승기에 무리한 마진거래로 대규모 손실을 내 지난달 파산했다.

아케고스 파산으로 크레딧스위스(CS)가 54억달러, 모간스탠리는 9억11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MUFG, 미즈호 등 초대형 은행들 역시 최대 3억9000만달러를 아케고스에 물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MUFG가 3억달러, 미즈호가 9000만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아케고스와 거래했던 투자은행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만이 큰 상처 없이 충격을 비켜갔다.

아케고스 충격은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됐다. 이들 8개 은행은 아케고스에 수백억달러 레버리지를 제공했고, 이때문에 미국·영국·스위스 감독당국이 이들 은행의 위험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아케고스에 물린 은행들의 손실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노무라는 당초 20억달러 손실을 예상했지만 27일 이를 29억달러로 높여잡았다. 노무라는 아케고스 충격파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 분기손실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무라가 아케고스로 인해 입은 피해로 월스트리트에서 주요 투자은행으로 자리잡겠다는 꿈도 접을 판이라고 전했다.

노무라는 아케고스의 프라임 브로커 가운데 하나로 아케고스를 비롯한 고객들이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는 이른바 마진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줬다 된통 물렸다.

노무라가 아케고스에 떼인 돈은 29억달러로 CS가 물린 55억달러에 비하면 적은 규모지만 CS를 제외하면 다른 그 어떤 은행보다도 많은 손실규모다.

노무라가 이 손실로 파산하지는 않겠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주요 투자은행으로 우뚝 서겠다던 수십년에 걸친 야심은 물거품이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노무라는 아케고스 뿐만 아니라 지금껏 해외에서 잇단 실책을 범하며 국제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는데 한계를 보여왔다.

2007년 기관브로커 인스티넷 매수,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유럽 영업부문 인수 등이 결국 대규모 손실로 마무리됐다.

노무라는 또 지난 15년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단 2년만 흑자를 기록했을 뿐 계속 적자다.

일본과 아시아에서는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잇단 헛발질로 신뢰도가 추락하는 가운데 아케고스 스캔들까지 터진 것이다.


노무라는 이번 충격으로 세계 주요 투자은행으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을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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