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제휴없이 가상계좌로 거래
소액해외송금업체 이용하면
개인별 거래내역 파악 어려워
이달 국내서 中으로 간 송금액
지난달의 10배 1억6535만달러
소액해외송금업체 이용하면
개인별 거래내역 파악 어려워
이달 국내서 中으로 간 송금액
지난달의 10배 1억6535만달러
외국인들이 국내 가상자산의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얻은 차익을 해외로 송금하는 행위를 사실상 막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김치 프리미엄 악용을 막기 위해 월 해외송금 한도를 1만달러로 낮추는 등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소액해외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를 통한 '우회로'를 활용하면 해외 송금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을 통해 이달 중 23일까지 중국으로 송금된 금액은 1억6535만달러로 지난달(1311만달러)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1월(1737만달러)과 2월(991만달러)와 비교해도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중국 해외 송금 증가 원인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보려는 중국인들이 자국으로 해외송금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이 같은 해외송금이 자금세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따라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해외 송금 규제 의지에 맞춰 해외 송금 제한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우리은행은 비대면으로 해외 송금이 가능한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이어 하나은행도 비대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한도를 월 1만달러로 낮췄다. 신한은행도 28일부터 비대면채널(인터넷뱅킹, 쏠, 쏠 글로벌)을 통해 해외송금을 할 때 월간 누적 송금액이 1만달러를 초과하면 증빙서류 확인 절차를 시행한다. 기존에는 건당 5000달러 이하로 송금하면 송금사유와 금액을 입증하는 증빙서류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도 돼 은행별 '쪼개기'로 해외송금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은행의 대응책이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액해외송금업체는 은행와 직접 제휴 없이 은행별 가상계좌를 만들어 고객으로부터 입금을 받은 후, 해당 금액을 해외로 송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가상계좌로 빠져 나가다보니 해당 금액이 어떻게 쓰이는지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 직접 해외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한도 체크가 가능하지만 소액해외송금 업체를 통해 하는 경우 은행이 해당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거래망을 관리하는 한국은행과 금융사를 규제하는 금감원도 모든 소액해외송금업체를 조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외환 정보를 관리하는 관리센터 역할만 한다"며 "제도와 규제 관련해서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현재 대중국 해외송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소액해외송금업체를 이용하는 개인별로 해외송금 거래내역을 모두 파악하는 건 어렵다"고 답했다.
소액해외송금업체에도 연간 수령 및 지급 5만달러, 건당 수령 및 지급 5000달러라는 제한은 있지만, 시중은행의 한도와는 별도로 책정되고, 업체별 한도가 따로 지정돼 있어 언제든 쪼개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소액해외송금업체는 총 27곳이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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