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해군이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이나 중국의 자존심을 긁었다. 미 해군 구축함이 대만에서 가까운 필리핀해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랴오닝함 항공모함 전단 진형 한가운데까지 밀고 들어간 위성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29일 홍콩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군함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트위터 계정 OSINT-1은 미 구축함이 대만 동부 해안으로부터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필리핀해에서 중국군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바짝 뒤쫓는 것으로 보이는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26일 촬영된 이 위성사진에는 미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1척이 랴오닝함 등 5척으로 구성된 중국 항모 전단의 한가운데서 항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당시 랴오닝함은 필리핀해에서 동중국해로 이동하는 관문인 미야코 해협 방향으로 향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 구축함의 이번 움직임이 이례적이라면서 미군이 중국군에 공개적으로 힘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만 군 장교는 빈과일보에 “이것은 고수의 행동”이라며 “미 군함이 중국군에 실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마카오의 군사 전문가 황둥은 “미 군함이 대놓고 랴오닝함 항모 전단 사이에 뛰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중국 호위함의 명백한 임무 실패”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미 구축함이 중국 항모 전단 진형 한복판에 들어간 행동은 도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콩 군사 전문가 량궈량은 “미군의 행동은 도발적”이라며 “이런 행동을 벌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콩 명보는 누리꾼들이 이 함정을 랴오닝함을 근거리에서 추적하며 굴욕을 안겼던 머스틴함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미 해군은 머스틴함의 지휘관이 선박 난간에 다리를 올린 채 랴오닝함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낳았다. 이 역시 중국군에게는 큰 굴욕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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