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장실 오래쓴다며 '개XX·벌레XX' 폭언..훈련병 제보 쏟아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9 12:58

수정 2021.04.29 12:58

군인권센터, 인권위 직권조사 신청 예고
"개별 조교 인성문제 아닌 지휘부의 빈약한 인권의식"
전 군의 코로나19 방역지침 재점검 공개요구
육군훈련소 모습. © 뉴스1 /사진=뉴스1
육군훈련소 모습. © 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군인권센터가 육군훈련소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청키로 했다. 육군은 다음달 초까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육군훈련소 모 연대에서 생활관과 떨어진 별도의 화장실 사용하는 시간을 2분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길 시 조교로부터 폭언이 이어진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이들 조교는 "개XX야", "씨X 너 때문에 뒤 생활관 화장실 못쓰고 밀리잖아", "내 말이 X같이 들리냐? 너희들은 사람 말을 못 알아 먹는 벌레 새끼다" 등 욕설과 함께 "외부에 이를 알리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이 같은 비인격적 대우가 이어지자 훈령병들은 소변을 참는 방법으로 가급적 물과 우유를 마시지 않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보통 화장실 이용 시간이 5시간에 1번씩 돌아오기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면 10시간씩 화장실을 갈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식수권도 침해받는 사례가 이어졌다. 개인이 생존하는데 하루 2.5~3L의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 제공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1~2차 코로나19 PCR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공용 정수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에게 1인당 하루 500㎖ 생수 한 병만 지급했다"며 "음수량 부족으로 화장실에서 몰래 수돗물을 마시거나 아예 탈수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훈련소는 엄정한 방역조치를 위해 어절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화장실 이용, 세면 및 샤워, 양치 통제가 방역적으로 유의미한 조치였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많았다"며 "이는 개별 조교들의 인성문제가 아니라 지휘부의 인권의식이 빈약하고, 구조적으로 행정편의적이고 불합리한 통제 지침이 이어지니 훈육요원들도 훈련병들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그렇게 대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가 전 군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재점검하고 김인건 육군훈련소장을 경질할 것도 공개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후 인권위에 직권조사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김진태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그동안 제보됐던 내용들과 일부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새로운 내용도 있어서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 될 것 같다"며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다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어제부터 육군본부가 계속 현장을 방문하면서 개선대책이 무엇인지를 논의 중"이라며 "급수 문제라든지 화장실 사용 문제, 샤워, 양치 문제 등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개선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5월 9일까지 방역관리체계 집중진단기간으로 설정하고, 재검토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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