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맥도날드에서 덜 익은 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일명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는 의혹에 대한 재수사 결과를 검찰이 내놨다. 한국맥도날드와 패티 제조업체가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 검출 사실을 통보 받고도 양측이 공모해 오염된 패티가 소진됐다고 속인 정황 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맥도날드와 패티납품업체 임원들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김형수 부장검사)는 이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맥도날드 전 임원 김모씨와 패티납품업체 B사 임원 송모씨·황모씨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맥도날드가 패티의 오염 사실을 알고 조리·판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맥도날드의 식품위생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B사의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도 불기소 처분됐다.
이들은 2016년 6월 30일 B사가 소고기 패티에서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돼 '부적합' 통보를 받자 이미 맥도날드에 납품한 부적합 패티가 4500장가량 남았음에도 '재고가 소진됐다'고 담당 공무원을 속여 행정처분을 피한 혐의를 받는다.
햄버거병 사건은 지난 2016년 최모씨 딸 A양(6)이 맥도날드의 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을 갖게 됐다며 2017년 맥도날드 본사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018년 2월 피해자들의 발병이 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패티 제조업체 대표 등 회사 관계자 3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자 2019년 1월 9개 시민단체가 한국맥도날드, 세종시 공무원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맥도날드가 검찰 수사 중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재조사를 시사하면서 2년여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사건이 배당됐다. 형사2부는 국민건강 및 의료 분야 전담 부서로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수사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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