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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봉헌..염 추기경 "많이 의지했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1 14:39

수정 2021.05.01 14:39

염수정 추기경, 강론 중 생전 고인 회고
감정 북받쳐 말 잇지 못하기도..40초간 정적
장례미사 후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 안치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거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지난달 27일 노환으로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거행됐다.

끝내 눈물 비친 염 추기경.."어머니 같은 분"
이날 장례미사에서 제단 앞에는 정 추기경의 영정과 삼나무관이 배치됐다. 제대 양 쪽으로는 정 추기경의 사목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적힌 장막이 세워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강론을 통해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제 의지하고 기댈 분이 계시지 않아 참 허전하다'고 하시던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이제 깊이 더 동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생전에 고인을 회고하는 동안 감정에 북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염 추기경의 침묵에 성당 안은 40초 가까이 정적이 돌았다.

코 끝이 빨게지고 울음을 애써 참던 염 추기경은 이내 감정을 추스린 뒤 다시 강론을 이어갔다. 염 추기경은 "지난번 선종 미사때도 언급했지만,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같은 분이시라면 정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들에게 어머니같은 분이셨다"며 "정 추기경님은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보면 부드럽고 온유하며 넓은 아량과 사랑을 지니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정 추기경님은 당신의 사목표어인 모든이에게 모든것 옴니부스 옴니아처럼 일생을 사셨다. 진정한 행복에 대해 늘 강조하셨고 마지막 말씀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다"며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당신의 삶으로 보여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를 분명히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 봉헌 후 유족과 사제들이 영구를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 봉헌 후 유족과 사제들이 영구를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늘 같은 시간 묵주 들고 산책하며 기도하셔"
정 추기경과 열두살 차이가 나는 염 추기경은 지난 2012년 정 추기경의 뒤를 이어 후임 서울대교구장을 맡는 등 동료 사제로서 가까이서 고인의 삶을 지켜봤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님은 기도하는 분이셨다"며 "늘 같은 시간에 묵주를 들고 산책하며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기조차 했다. 특히 우리 나라와 교회 북한 동포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사제들과 수도자들과 그들의 부모님을 늘 기억하며 기도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하느님 채움과 그 행복을 신자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했던 정 추기경님의 자세는 우리가 모두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정 추기경님은 지난 2월 22일 병자성사를 받으시고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드리겠다는 의지로 '하느님 만세!'를 외치기도 하셨다"며 "그 자리에 있던 신부님들,주교님들, 의료진들이 지켜보다가 다들 너무 놀랐다. 그래서 정 추기경님의 선종은 슬픔과 아쉬움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 마지막 순명을 다한 자녀의 사랑으로 보여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병자성사는 노환과 병 등으로, 죽음에 가까이 있는 신자의 구원을 비는 의식이다.

마지막으로 염 추기경은 "추기경님이 마지막까지 간직하신 부활 신앙 덕분에 우리도 고통과 죽음에 억눌리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면서 "오늘 다시 한번 정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장례미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정 추기경의 유가족과 사제, 수도자 등 250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정 추기경의 떠나는 길을 배웅하러 온 신자들은 성당 옆 영성센터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장례미사를 지켜봤다.


이날 고인은 장례미사 후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옮겨져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 옆 자리에 안장된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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