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지난해 애플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은 '아마도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실수를 시인했다.
버핏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붐을 타고 있는 상장을 위한 특수목적합병법인(스팩·SPAC)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버핏의 절친이자 오랜 동료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미국의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가 결국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애플 지분 매각은 실수
CNBC에 따르면 버핏은 1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연례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버크셔는 지난해 4·4분기 보유 애플 지분의 3.7%인 9억4400만주를 매각한 바 있다.
버핏은 "애플 주식을 살 기회가 있었고, 이 가운데 일부를 지난해 매각했다"면서 "아마도 (매각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애플 주식은 가격이 낮다고 평가했다.
버핏은 애플 주식은 "매우, 매우 싼 가격"이라면서 "애플 제품은 사람들의 필수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 제품이 사람들의 삶에서 하는 역할이 엄청나다면서 "여기 3만5000달러짜리 차가 있다고 치자. 만약 반드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애플 대신 자동차를 포기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애플은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다. 현재 보유지분 평가액이 1110억달러에 달한다.
버크셔의 투자포트폴리오 2820억달러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버핏이 애플 지분을 인수한 뒤 애플 주가가 치솟은 덕에 포트폴리오내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 스팩 붐 오래 못 가
버핏은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 흐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면서 스팩 붐이 상장, 인수합병(M&A)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웃으면서 "이건 킬러다"라며 "내가 이해하기로는 스팩은 2년 안에 (투자자들에게 걷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2년 안에 기업을 인수해라 하면 나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SAPC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는 500여개 스팩이 1380억달러가 넘는 자금으로 무장하고 우회상장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기업들을 물색하며 다니고 있다.
버핏은 "이같은 흐름은 영원히 갈 수 없다"면서 "다만 이게 지금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고, 월스트리트는 돈의 흐름을 따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팩이 지금은 잘 작동하고 있다"면서 "유명 인사들과 연계되면 거의 무엇이든 팔아치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재정확대, 재앙으로 끝날 것
멍거 부회장은 미국의 초저금리와 대규모 재정정책이 결국에는 미 경제에 재앙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자신들의 분석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분석은 실제로는 상당수가 그릇된 것으로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멍거는 재정적자는 개의치 않고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추천하는 이른바 '현대 통화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은 결코 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MT에 따르면 미국 같은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들은 언제든 대규모 부채 발행이 가능하다. 이들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언제든 통화발행으로 메울 수 있고,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늘 탄탄한 수요가 있다.
멍거는 그러나 "현대통화이론주의자들은 지나치게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면서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있겠지만 "어떤 제약도 없이 그저 이 짓을 계속하면 결국에는 재앙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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