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으로 치닫는 고덕동 아파트 '택배 갈등'…총파업 이어질까?

택배노조, 6일 노조원 대상 '총파업 투표' 진행
가결 시 11일부터 아파트 '배송 보이콧'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구에 택배물품을 내린 후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한달 여간 이어지고 있는 '택배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투표를 통한 총파업 절차에 착수한 상황이다.

3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6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쟁 여부에 대한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원 과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노조는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배송 보이콧' 투쟁에 나선다. 다만 파업 때까지 약 일주일간 최후 교섭 기간을 두고 마지막까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둘 방침이다.

■총파업 '찬반투표' 진행키로
앞서 노조는 지난 1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총투표가 가결된다면 오는 11일부터 총파업에 투쟁에 돌입하겠다"며 "택배사들은 지금이라도 아파트 갑질 문제와 저상차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A아파트 앞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1번 출구와 중구 CJ대한통운사 앞에 각각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강동구 A아파트 측이 지난달 1일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에서 택배차량을 비롯한 차량 통행 금지를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A아파트 측은 긴급차량 등을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택배 차량(탑차)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2.3m)보다 차체(2.5~2.7m)가 높아 진입 자체를 할 수 없다. 이에 택배기사들이 단지 앞에 택배를 놓고 가 수백개의 상자가 쌓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A아파트 측은 지하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으로 바꾸거나 손수레를 이용하면 각 세대 앞까지 물건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택배기사들은 시간·육체적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회사의 저상차량 강요 규탄 및 택배노동자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형사고발 등 법적다툼 번져
택배기사와 A아파트 측의 갈등은 결국 형사고발 등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CJ대한통운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합의해 저상차량 도입을 사실상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A아파트 측은 택배노조 소속 기사 2명이 지난달 13일 아파트에 들어가 호소문을 집 앞에 붙였다며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문제점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고발당하고 경찰의 소환을 당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노스럽다"고 비판했다.

택배갈등이 한달 여간 이어지자 일각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는 택배 갈등이 민간 영역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mail]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