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노년의 열정’ 빛나는 공연 두 편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 ‘해롤드와 모드’
박정자의 ‘마지막’ 모드 무대
배우 윤석화가 연출 맡아
70세에 발레리노 꿈꾸는
덕출의 도전기 담은 ‘나빌레라’
웹툰·드라마 이어
2년만에 다시 뮤지컬로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 ‘해롤드와 모드’
박정자의 ‘마지막’ 모드 무대
배우 윤석화가 연출 맡아
70세에 발레리노 꿈꾸는
덕출의 도전기 담은 ‘나빌레라’
웹툰·드라마 이어
2년만에 다시 뮤지컬로
74세 배우 윤여정이 '나이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데 이어 연극 무대에서도 노년의 열정이 활짝 피었다.
80의 나이에 19세의 청년과 사랑을 꽃피우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가 9년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70대 노인이 어릴 적 꿈인 발레를 배운다는 내용의 웹툰 '나빌레라'는 지난 3~4월 TV브라운관을 통해 드라마로 선보인데 이어 뮤지컬로도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실의 벽에 좌절한 청년들에게 다시 이상의 날개를 펼칠 것을 권유하는 노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무대에서 펼쳐진다.
■80세의 박정자가 선사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
서울 대치동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 공연이 지난 1일부터 순항중이다. 호주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년)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1973년 연극으로 만들어진 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초연된 이래 일곱차례 공연된 스테디셀러다. 연극은 자살을 꿈꾸는 19세의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2003년 이후 여섯번의 공연에 주인공 모드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정자(80)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을 자신의 시그니처 작품으로 여긴 박정자는 첫 출연 당시 "여든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 그리고 80이 되는 날 나 역시 모드처럼 끝낼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의 나이 80세가 되는 해다. 박정자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모드 역을 더 이상 맡지 않을 예정이다.
박정자는 "80이 꽤 먼 줄 알았는데 어느덧 여기 와있다. 끝날 때는 사뿐하게, 가볍게 끝내고 싶다"며 "한 배우가 극중 나이 80을 향해 왔으니, 잘 왔다고 생각한다. 약속한 이 나이까지 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박정자와 오랜 친분이 있는 배우 윤석화(66)가 연출을 맡았다. 윤석화는 "2003년 공연에 제작자로서 참여했을 때 박정자 선생님이 '이 공연의 마지막 연출은 네가 맡아달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며 "존경하는 선배이자 오래된 동료인 박정자 선생님을 위해 내가 쓰임이 있는 곳이 있다면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화는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 평범하지 않음을 꿈꾸게 해주는 작품이다. 컬트 연극이자 부조리 연극으로서 작품의 개성을 미니멀한 무대에 담아내고 싶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드를 박정자라는 배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모드의 상대역인 19세 해롤드는 연극 유망주 임준혁과 오승훈이 번갈아 맡는다. 공연은 23일까지.
■70세 덕출의 발레리노를 향한 꿈 뮤지컬 '나빌레라'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일생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게 꿈을 좇는 70세 새내기 발레리노 덕출. 발레에서 꿈을 찾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는 23세 발레 유망주 채록.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발레를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따뜻한 이야기 '나빌레라'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으로 오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9년 초연된 이래 두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에도 원작의 따스한 인간미와 감동을 고스란히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매로 인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덕출의 기억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채록의 삶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발레단의 상황과 연결해 이야기를 펼쳐낸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춤'에 힘을 싣고 '화해'라는 키워드를 더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웹툰,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무엇보다 다채로운 음악이 눈에 띈다. 특히 덕출의 판타지, 덕출과 채록의 듀엣, 무용단 장면 등 다양한 상황마다 그에 맞는 연주곡을 접목해 드라마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이지나 연출은 "오늘의 70대는 죽는 날만을 기다리는 세대가 아니듯 20대 또한 그저 꿈 많은 청춘이 아니다"라며 "덕출이 100세 시대를 사는 은퇴한 노년세대를 대표한다면 채록은 재능은 있지만 현실의 무게에 눌려 꿈을 펼치지 못하는 20대 흙수저들을 대표한다. 그 사이에 덕출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책임과 채록 세대가 안타깝지만 못마땅한 386세대를 큰아들 성산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기성세대의 문제의식에도 포커스를 두고 세대간의 화해를 시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는 76세 배우 박인환이 덕출 역을 맡았지만 뮤지컬에서는 40대 배우 최인형(46)과 30대 배우 조형균(38)이 덕출 역을 번갈아 맡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