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들의 페미니즘 백래시(반발) 현상이 심화되면서 화살이 영화계로도 향했다. 남성 네티즌들이 올해부터 도입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여성 우대 정책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4일 남성 중심의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에는 ‘2021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장난질’ 등이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있었던 '2021년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의 여성 가산점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영진위는 한국영화 산업에서 여성 인력과 여성 주도 서사의 비율을 늘리고자 올해부터 성평등 지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도 지원사업 심사 시 여성 작품들에 최대 5점의 가산점(100점 만점)을 준다고 명시했다. 본선 심사에서 여성서사(주연이 여성)는 3점, 여성작가가 참여한 작품은 2점을 가산점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글 작성자는 “여성서사+여성작가면 왜 가산점인가”라며 “경력단절이네, 뭐네 다 따져도 이미 여성작가 많은데 뭘 또 가산점 퍼주는 거지? 왜 할당하냐. 여자가 장애인인가?”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애초에 여자 감독, 여자 서사가 밀린다는게 그냥 영화가 노잼(재미없다)이라 그런 거지 뭔 성차별”, “개판이네 진짜.. 나라꼴 잘 돌아간다”, “여자라는 프레임 씌우는 것도 역차별 아닌가”, “페미를 하랬더니 남혐을 부추기는 사회” 등의 격분된 반응을 보였다.
영진위는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1·2단계), 시나리오 영화화 연구지원 사업, 독림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장편·단편·다큐) 등 2개 부문 6개 사업에 정책을 적용한다.
응모작들은 여성 감독·PD·작가·서사(주연이 여성) 여부에 따라 최저 1점에서 최대 5점까지 받을 수 있다. 한 명이 감독을 맡고 작가도 하는 등 1인 다역인 경우엔 중복해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여성 창작진으로 신청하고 중간에 참여자를 남성으로 변경하는 건 금지된다.
영진위가 이 같은 정책안을 발표할 당시에도 성평등을 위한 조치이지만 영화계에선 창작 다양성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수많은 제작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적지 않은 가점을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여성을 앞세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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