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첫 명시
서울시교육청 "학생이라면 누구도 차별 받지 말아야"
학부모단체 "학교에서 성수소자 가르치면 안돼"
서울시교육청 "학생이라면 누구도 차별 받지 말아야"
학부모단체 "학교에서 성수소자 가르치면 안돼"
"19세 레즈비언입니다. (아웃팅 이후) 화장실조차 못가게 될 정도로 심한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선생님조차 '성소수자는 더러운 것이니 네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3세 범성애자입니다. 선생님이 레즈비언, 게이 같은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 같은 성소수자는 전부 정신병자라며 우리 반엔 없길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최근 공개한 성소수자 학생들의 차별 경험담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이 같은 혐오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부 학부모 단체들은 교육당국의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앞 '근조화환' 등장, 왜?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29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우리 자녀에게 동성애·성전환 옹호교육을 시키려는 교육감 사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교육청 앞에는 '인권빙자 성 자유화 우리 애들 다 망친다' '탈트렌스젠더 인권보호하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을 담은 것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일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차별과 혐오 등 인권침해를 당한 성소수자 학생에게 상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자료와 홍보물을 대상으로 성평등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에도 '소수자 학생 차별 예방 및 지원' 내용이 명시됐으나, 장애학생과 학생선수만 포함됐을 뿐 성소수자 학생은 제외됐다. 일부 보수·기독교 성향 학부모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어떠한 차별을 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게 학생인권조례의 기본적인 정신"이라며 "그동안 성소수자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것은 현상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호로만 그치는 것은 진정한 교육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실천적 의미를 담아 한발 더 나아가는 의미로 성소수자를 명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박은희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 공동대표는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 환자가 폭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소수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동성애를 조장하는 교육은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혜경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공동대표는 "성소수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만약 성 소수자에 대해 가르친다면 성소수자로 부터 초래되는 위험도 가르쳐야 공평한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우리 자녀들이 건강한 교육환경에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을 명시하는 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박한희 변호사는 "장애 학생이든 다문화 학생이든, 성소수자 학생이든 차별을 겪지 않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며 "트렌스젠더 학생의 대다수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에 대해 이해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건데 무엇이 부당한가"라며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면 교육이라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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