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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 캠프마켓 개발방안 ‘골머리’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5 06:00

수정 2021.05.05 05:59

부평 캠프마켓 전경. 붉은색 선은 지난 3일 개방된 B구역 1단계 부지.
부평 캠프마켓 전경. 붉은색 선은 지난 3일 개방된 B구역 1단계 부지.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평 캠프마켓 내 일제 잔재 건물의 철거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잔재 건물의 철거 여부가 캠프마켓의 개발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당초 주민들과 협의해 캠프마켓 개발면적의 80%에 달하는 522만㎡를 관광자원화해 문화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나 최근 들어 부평 미군기지 내 일제 잔재 건물 철거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온라인 시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캠프마켓은 과거 일제강점기 무기·탄약을 제조·저장·보급하는 장소인 조병창으로 사용된 후 1945년부터 1973년까지 주한 미군부대로 사용된 곳으로 지난 2019년 12월 81년만에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는 지난 2019년 12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캠프마켓 A, B구역(21만765㎡) 중 B구역(9만3000㎡)의 환경정화를 위해 인천시에 건축물 전체를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3월 캠프마켓 내 존치 건축물 선정을 위한 시민참여위원회를 개최했다. 심의결과 캠프마켓 B구역의 건물 31개동 가운데 하부오염이 심한 9개동은 철거하고 잔여 건축물 22개동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는 건축물의 존치나 철거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토양오염 정도와 근대건축물로써의 보존가치 여부 등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철거를 보류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근대건축물을 조사해 일제강점기 조병창 관련 건축물과 미 군정기를 엿볼 수 있는 다수의 시설을 보존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시의 이 같은 결정에 최근 부평 미군기지 내 일제 잔재 건물 철거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의 온라인 시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주민은 “일제 강점기 조병창과 미국의 군사기지로 사용됐던 땅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바램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일본군, 미군이 주둔한 치욕의 땅에 뭐 그리 보존할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일본이 전쟁물자 만들던 조병창을 포함 22개나 되는 건물을 남긴다니 답답하다. 서대문형무소처럼 역사문화시설을 만드는 것도 아니면서... 부평을 이렇게 점점 망가트려 놓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들은 “캠프마켓에 미군기지를 일부 존치시키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 “캠프마켓의 반환은 인천의 80년 숙원사업인 만큼 일제 건축물 존치 여부도 모든 시민들이 참여해 시민투표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는 시민청원이 3000명을 넘어서자 “현재 캠프마켓 내 건축물의 존치나 철거 계획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시는 그 동안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캠프마켓 라운드테이블 1.0, 온라인 시민여론조사 등을 운영해 시민의견을 반영하고자 했지만 부족함이 있었다고 보고 빠른 시일 내 체계적인 시민공론화 방안을 마련해 시민들과 소통해 활용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는 올 하반기에 제빵공장 부지 일원의 D구역까지 반환된 이후 전체 건축물 130여 동에 대한 철거 또는 활용방안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김기문 시 원도심재생조정관은 “현재 캠프마켓 내 건축물의 존치나 철거 계획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시민공론화 방안을 마련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활용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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