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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지표, 기업 CSR 궁극적 길잡이 못 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5.05 18:02

수정 2021.05.05 18:02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정부가 만드는 한국식(K)-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라벨 갈이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 성수동 서스틴베스트 본사에서 만난 류영재 대표(사진)는 "기업이 ESG 달성에 힘쓰는 것은 자본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자본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기업이 정부 주도로 만든 지표를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정보공시(5개 문항)와 환경(14개 문항), 사회(22개 문항), 지배구조(20개 문항) 등으로 구성된 ESG 지표 초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한국생산성본부 등과 함께 지표 작성을 준비해온 결과다.
ESG 지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보안작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 최종지표를 발표할 방침이다.

류 대표는 "폭스바겐은 CSR에 그 어느 기업보다 열성적이었지만 디젤차 배출 가스량 조작이 밝혀졌다. 전통적인 CSR은 재무성과나 기업의 미래가치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재무제표로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알기 위해 ESG를 투자지표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SG는 경영 리스크가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재무제표만으로는 투자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만족하기 어려워 탄생한 지표"라면서 "재무제표에 없는 종업원 등의 이해관계자 관계 관리 수준, 기업 문화 등이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ESG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의 ESG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심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 산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평가 산업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ESG 평가산업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가 말한 레몬시장처럼 시장실패로 인해 우량평가는 사라지고, 레몬(불량평가)만 남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가기관들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지위에 있어야 제대로 된 밸류에이션(가치) 측정이 가능하다"면서 "반복적으로 틀린 가치평가를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듯이 ESG평가기관도 반복적으로 잘못된 평가를 내린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아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시장의 원리이자 기본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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