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자산을 놓고 원조 논쟁을 벌이는 분위기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선 주자로 나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광주 남구 광주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치의 새로운 역할’ 강연에서 첫 공약으로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띄우면서 "부모 찬스 없이도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1억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정 전 총리의 공약은 내 대표적인 공약 ‘국민기본자산제’에서 금액만 약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 30만명의 신생아에 2000만원씩 배당해 성인이 될 때 목돈으로 받게 하자는 자신의 주장을 정 전 총리가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본자산제는 지난해 10월부터 내가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누가 주창자인지는 밝혀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니냐”고 따졌다.
하지만 정 전 총리 측은 김 의원이 아니라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주장에서 착안했다는 입장이다. 책 ‘21세기 자본’으로 저명한 피케티는 최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25살이 되는 모든 청년에게 1억6000만원을 기본자산으로 주자”고 제안했다.
기본자산제는 성인이 되면 부모 대신 사회가 목돈을 마련해 주자는 ‘사회적 상속’ 개념이다. 고착화된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소득 보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목돈으로 빈곤을 탈출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들이 기본자산제를 정책 브랜드로 선점하려는 건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제의 대항마로 세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연 30만명의 출생아에 2000만원씩 지급할 때 연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는 정부 예산 558조원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 기존 복지를 대체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20년 적립형 통장으로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마련해줄 수 있다”며 “재원 대책까지 완결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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