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가 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이동통신 3개사의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NYSE는 이날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3개 중국 통신사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앞서 NYSE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보위협을 이유로 특정 중국업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들 3개사를 상장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의제기마저 기각돼 상장폐지가 결정됨에 따라 차이나유니콤 등 3대 중 이동통신업체들은 10일 안에 NYSE에서 사라진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 관계가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강경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지속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여서 이의제기 기각은 일찌감치 예상돼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국 군부·정보부와 연계됐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는 업체들에는 미국인들이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때문에 NYSE는 몇차례 조처를 번복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 1월 3개 중국 이동통신사들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이들 3개사는 곧바로 NYSE에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날 결국 기각 결정을 받아들게 됐다.
NYSE의 상장폐지 확정은 그러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이들 3개사의 미국 증권예탁원증서(ADR)가 1월 11일 이후 거래가 중단된 반면 투자자층이 훨씬 더 두터운 이들의 홍콩 주식시장 상장주는 활발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큰 손들은 ADR을 홍콩주식으로 다 바꿀 수 있었다.
3개사는 이날 개미투자자 구제방안을 내놨다. 이들은 뱅크오브뉴욕(BNY)멜론에 ADR을 내면 홍콩주식으로 교환해준다고 밝혔다.
1월 거래중단 이후 보유중이던 이들 3개사 ADR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개미투자자들도 이제 홍콩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증권사들이 해외주식계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교환이 불가능했다.
개미투자자들의 보유 ADR 홍콩주식 전환문제는 6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도 다뤄졌다.
6일 밴 테일러(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개리 젠슬러 신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게 이들 소액 투자자들 구제 방안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달 위원장으로 취임한 젠슬러는 당시 답변에서 이 문제를 보고받지 못했지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개미투자자들과 달리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홍콩주식으로 빠져나갔다.
차이나유니콤은 4월말 현재 ADR 규모가 약 500만주로 지난해말 3300만주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전체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차이나텔레콤도 6일 현재 ADR 비중이 0.14%에 그친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의 투자가 금지되는 블랙리스트 중국 기업은 수십곳에 이른다. 에너지, 항공, 운송, 기술 등 업종에 집중돼 있다.
비록 이들 기업 대부분이 미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지는 않지만 MSCI, FTSE 러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등이 지수 편입에서 제외했다.
이들 지수에서 빠지면 기관투자가들이 이들 종목을 살 수가 없다.
한편 중국 정부가 지분 일부를 보유한 이들 3개 이동통신사들과 달리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있는 '샤오미'는 법원 제소로 투자금지 효력을 중단하는데 성공했다.
순수 민간기업인 샤오미는 3월 연방법원으로부터 미국인 투자금지 효력 중단 판결을 받아냈다.
중국 국영석유업체인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역시 NYSE에 상장폐지 계획을 재고할 것을 요청한 상태지만 전망은 어둡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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